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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 시사기획 창 4대강 사업

큰빗이끼벌레 시사기획 창 4대강 사업

 

 

정체된 강, 호소의 생태계로 변하다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2년, KBS 취재팀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4대강의 환경 교란 문제를 점검한다. 보 건설로 인한 강의 정체, 가속화되고 있는 녹조 현상, 과거 호소(호수와 연못)에서 주로 발견되던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에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는 현장을 취재하고 서로의 연관 관계를 밝혀냈다. 4대강에서 호소 생태계가 연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진단한다.

낙동강 수돗물 취수장 입구를 점령한 큰빗이끼벌레


취재팀은 낙동강 수돗물 취수장 밑바닥을 수중촬영 하던 중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큰빗이끼벌레들이 취수장 입구에서 대량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다. KBS는 국립환경과학원의 협조를 얻어 낙동강 취수장 주변의 수중환경을 집중 조사했다.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을 측정하고, 강바닥의 생태 환경을 점검하고, 녹조 성분과 그 위해성 정도를 확인했다. 특히 녹조 농도가 높고 큰빗이끼벌레가 취수구에 사는 상황에서 수돗물 정수와 그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점검했다.

“이제는 말하고 싶지 않다”

4대강 사업 전체에 대한 평가는 아직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사업으로 인한 환경의 교란과 생태계 피해는 지금 4대강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은 이미 사업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부 부서와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사업의 장밋빛 미래만 자신했고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취재팀은 그들을 찾아 나섰다. 4대강과 관련된 정부 관료와 학계 전문가, 공공기업체, 그리고 건설사들은 4대강과 관련한 인터뷰 요청에 쉽게 응해주지 않았고, 취재진을 피하려고 했다. 이들은 지금 4대강 사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불편해 했다. 이들은 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까 ?

“보의 수문을 열어라”


22조원을 들인 4대강 사업은 이후 유지와 지천 정비 등을 위해 앞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당장 일어나고 있는 환경 문제를 줄이고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4대강 보 수문을 일부 개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보 수위를 낮추고 강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4대강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은 없을까?

 

 

 

4대강 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큰빗이끼벌레가 강변에 주로 서식해 수거하면 된다던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대책은 틀렸다”며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에 대거 서식하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4대강 조사위원회가 금강 강바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에 대거 서식하고 있었다.


◇1㎜ 크기 개체가 모여 군집 생활

해삼처럼 생긴 큰빗이끼벌레는 1㎜ 안팎의 작은 개체들이 한 덩어리를 이루며 살아가는 태형동물이다. 지난 6월 금강에서 발견된 2m 크기의 군집은 수많은 큰빗이끼벌레가 모여 있는 셈이다.

생소한 이름 탓에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 큰빗이끼벌레는 1994년과 2001년, 2004년의 봄·여름철 갈수기 때 대청호 등에서 이미 존재가 보고됐다.

이 외래종이 들어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식장에서 키우는 수입 물고기를 통해 큰빗이끼벌레 휴면아(休眠芽)가 유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휴면아는 내부의 세포덩어리를 딱딱한 키틴질이 둘러싸고 있는 태형동물의 특수 구조로, 열악한 생존 환경을 견딜 수 있게 한다. 그러다 온도 등 생육조건이 맞으면 세포덩어리에서 새로운 개체가 형성된다.

큰빗이끼벌레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몸의 99.6%가 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벌레의 독성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강원대 최재석 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큰빗이끼벌레 자체에는 독성이 없지만 집단 폐사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 등 위해성 물질이 다량 유출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큰빗이끼벌레의 농도가 15%인 수조에 넣은 물고기는 40분 만에 모두 폐사했다. 군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한 암모니아 탓이다.

반면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가 독성이나 수질오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들 벌레가 유기물을 섭취해 일시적으로나마 수질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 쉽사리 한쪽으로 결론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4대 강 사업으로 상수원 안전을 위협할 독성 남조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낙동강 8개 보 상·하류 19개 지점에서 76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유독성 남조류가 우점종(생물 군집 전체 성격을 결정하고, 그 군집을 대표하는 종류)이나 아우점종(우점종 다음)으로 나타난 때는 2010년과 2011년 각 3회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1회, 27회로 최대 9배까지 늘어났다.

더구나 대표적인 유독성 남조류로 지목되는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지난 2010년에는 어느 계절에도 우점종 위치를 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가을부터 하류인 창녕함안보를 중심으로 우점종 위치를 점하더니 2012년 여름부터는 낙동강 중류 칠곡보까지 세력을 넓혔다.

특히 지난해에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낙동강 상류 상주보에서 하류 창녕함안보까지 우점할 정도로 낙동강 유독성 남조류 확산이 광범위해졌다.

어류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는 보호종 감소가 두드러졌다. 낙동강 본류에서 발견되는 법정보호종은 '흰수마자'와 '백조어'다.

흰수마자는 상주보 상류 10㎞에 위치한 본류와 내성천 합류 구간에서 발견되는데 2010년에는 9마리 발견됐으나 지난해에는 1마리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낙동강 본류와 연결된 지류인 감천에서는 2010년 24마리가 확인됐으나 지난해에는 단 5마리만 발견됐다. 백조어는 지난 2012년 낙동강 전역 10개 지점에서 발견되던 것이 지난해에는 강정고령보 하류 1곳에서만 발견됐다. 낙동강 8개 보 설치 이후 악화하는 수생태계 탓에 서식지가 점차 훼손되고 있음이 의심된다.

생태계 교란종 분포 지역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특히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중·하류로 갈수록 심화했다. 이들 보 지역은 2010년과 2011년 조사 때 돼지풀이나 가시박 등 2종만 발견됐지만 2012년과 지난해 조사에서는 돼지풀,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등 4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