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엄마 살해 후 놀이공원 간 딸 천륜을 끊어버린 딸
궁금한 이야기 y 엄마 죽인 20대 딸
▶ 천륜을 끊어버린 딸. 그녀는 왜 분노의 불씨를 품었나?
#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여자의 시신
지난 4월 26일,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했다. 집 안 가득한 연기를 헤치고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관은 안방에서 백 씨(48)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인은 연기로 인한 질식사. 부검결과 백 씨의 몸에선 다량의 수면제가 검출됐고, 남동생에게 유언처럼 “우리 딸 잘 부탁할게”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는 그녀가 방 침대에 불을 지른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그러나 죽기 전, 마지막 문자를 보냈을 백 씨의 휴대 전화는 집 안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의심쩍은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화재가 일어난 시각, 백 씨의 집 앞 CCTV에 찍힌 한 여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했다. 그녀는 바로 백 씨의 하나 뿐인 딸, 최 양(22)이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놀이공원에 놀러간 그녀는 엄마의 사고 소식에도 놀라는 기색 없이, 차분히 놀이공원 환불절차를 마치는가 하면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가 경비실에 짐을 맡겼다. 태연하게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범행을 부인하던 딸. 그러나 경비실에 맡긴 딸의 짐 속에서 엄마의 휴대 전화가 발견되자 그녀는 엄마가 본인에게 불을 지르도록 시켰다며 진술을 번복한다. 어딘가 엉성한 그녀의 행동과 진술. 자살로 위장한 엄마의 죽음 뒤에 밝혀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 딸은 왜 엄마를 죽여야만 했나
사건이 일어나기 전, 주변 사람들은 모녀가 함께 텃밭을 일구고 운동도 다니며 사이가 좋아 보였다고 한다. 예쁘장한 외모에 명문대 미대를 졸업한 어머니와 명문대 교수직을 맡고 있는 아버지.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는 엘리트 집안의 딸이었다. 그러나 딸의 하나뿐인 친구는, 그녀가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이혼과 동시에 입시에 실패하면서 오랜 시간동안 엄마랑 갈등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심지어 딸이 엄마를 죽여 버리고 싶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파국으로 치달은 모녀관계. 딸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런데, 그녀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프로파일러는 존속 살인 사건의 대표적인 특징인 금전 문제, 가정폭력, 우발성 등 어느 것으로도 엄마를 살해한 이번 사건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까지 한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엄마, 백 씨. 그녀는 늘 딸을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딸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엄마를 죽인 기막힌 살인 사건의 진실. 딸을 괴물로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이번주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천륜을 불로 태워버린 비정한 딸이 저지른 범행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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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박을 한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태연히 놀이공원에 간 20대 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A(20·여)씨는 2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B(48)씨와 단 둘이 살며 집안 일과 친구관계, 휴대폰 요금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자 구박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됐다.
그러던 지난 4월26일 오전 어머니와 말다툼 도중 '너 같은 딸 싫다. 창피하다'라는 말을 듣게 된 A씨는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수면제를 탄 물을 마시게 한 뒤 잠이 들도록 했다.
이후 어머니가 잠이 든 틈을 이용, 안방 침대의 매트리스에 불을 붙인 뒤 같은 날 낮 12시40분께 집밖으로 빠져나왔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머니 휴대폰으로 외삼촌에게 "그동안 미안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용인의 한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씨가 집을 나선 뒤 불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20분 만에 꺼졌으나 그 사이 잠에 취해 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B씨는 질식사했다.
이 사건은 최초 신변을 비관한 B씨의 자살로 묻힐 뻔했으나 화재현장에서 B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수사로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불이 난 시간과 A씨가 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시간에 큰 차이가 없는 점, 화재 소식을 들은 A씨가 병원이 아닌 곧장 집으로 향한 점, 무엇보다 B씨 휴대폰이 A씨 가방에서 발견된 점 등을 들어 A씨를 추궁한 끝에 "집에 불을 냈다"는 자백을 받아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그러나 방화를 인정한 이후에도 "엄마가 스스로 수면제를 먹었다"거나 "집에 불을 질러 같이 죽자고 해 불을 낸 것 뿐"이라며 일부 혐의와 범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 직후의 각종 정황으로 볼 때 혐의가 충분하다고 보고 A씨를 구속송치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최근 A씨를 존속살해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함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원지법에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원 재판으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