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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섬 물메기 추도 소매물도 욕지도 고등어 자부마을 한국기행 20140127

통영의 섬 물메기 추도 소매물도 욕지도 고등어 자부마을 한국기행 20140127

 

 

통영의 섬

 

쪽빛 바다 위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의 고장, 통영.
적당한 수온과 동해 난류가 흘러 일 년 열두 달
풍어를 이루는 통영은 어장 아비들의 도시로 불린다.
특히 통영의 섬들은 바다가 내어주는 넉넉함으로 사시사철 풍요롭다.
저마다 이름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 통영의 섬으로 떠나보자.

 

 

1부. 물메기의 섬, 추도

 

 

이맘때 추도의 첫인상은 집집마다 내걸린 새하얀 물메기다.
담장에도 지붕에도 속살을 드러낸 물메기가 꽃처럼 하얗게 만개했다.
덕분에 추도는 ‘물메기의 섬’이란 별명을 얻었다.
통영에서 1시간 남짓 뱃길을 달려 닿은 추도.
여객선이 선착장에 닿자마자 사람들은 반기는 것은
물메기 손질로 눈코 뜰 새 없는 아낙들.
온 동네사람들이 총출동해
남자들은 물메기를 잡아 올리고 아낙들을 물메기를 손질해 넌다.
추도 어부들은 물메기를 대나무 통발로 미끼도 없이 잡아 올린다.
이름 봄 먼 바다로 떠났다가
알을 낳기 위해 고향 추도 앞바다로 돌아오는 물메기.
겨울 한철 딱 3개월간만 잡히는 물메기는
추도 사람들의 일 년 생활을 책임진다.
추도가 ‘물메기의 섬’이 된 데는 물메기의 덕도 있지만
사철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어서다.
물메기를 제대로 말리려면 민물로 네댓 번은 헹궈
짠물과 핏물을 모두 씻어내야 한다.
물이 귀한 여느 섬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
축복 받은 섬, 추도.
올해도 잊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온 물메기 덕분에
풍요로운 추도로 떠나보자.

 

2부. 소매물도에 살어리랏다

 

 

통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유인도, 소매물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만큼이나 순수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소매물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매물도에서 나고 자란 삼총사,
김옥근씨 형제와 육촌인 김정현씨가 바다낚시에 나섰다.
그들이 낚아 올린 것은 한창 제철인 볼락.
10개의 낚싯바늘에 씨알 굵은 볼락이 줄줄이 엮여 올라온다.
일 때문에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옥근씨가
고향에 온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바로 미역바위를 닦기 위해서!
바위닦기는 미역의 포자가 잘 붙을 수 있도록
바윗면을 깨끗이 닦아주는 작업이다.
예로부터 질 좋은 미역이 많이 나기로 유명했던 소매물도.
하지만 양식 미역이 늘어나고 섬에 젊은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바위닦기는 이제는 귀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고향에서 미역을 말려 파는 어머니를 위해
바위 닦기에 나선 김옥근씨.
그에게 소매물도는 추억 속 고향이 아닌 여전히 삶의 터전이다.
소매물도가 제2의 고향이 된 정남극씨.
그가 섬에 터를 잡은 것은 30여 년 전,
섬이 좋아 700여 곳의 섬을 여행했다는 정남극씨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바로 소매물도다.
부지런한 그에게 섬은 커다란 시장.
그는 이따금 바다에 나가 채취해오는 거북손과 따개비로
이웃들과 소박한 만찬을 즐긴다.
3부. 바다만 아는 이야기

 

 

욕지도를 여행하다보면 제주출신 해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물질을 하러 왔다가 욕지도 총각과 결혼을 해
욕지도에 터를 잡은 제주 해녀들.
50년 해녀 경력의 이순덕 씨와
10년째 물질을 함께 하는 10총사는 모두 제주 출신 해녀다.
바다가 험악하지만 않다면
쉬는 날도 없이 바다에 나간다는 그녀들.
물질을 하기 위해 오르는 배는
그녀들에게 더없이 편한 사랑방이다.
남편 험담, 자식 자랑을 마음 놓고 쏟아 낼 수 있는 공간.
매일 뛰어드는 바다 속이지만
그녀들에게 바다는 두려운 대상인 동시에 설레는 존재.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오늘은 얼마나 망태기를 그득하게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설레임이 함께 한다.
뭍으로 돌아온 해녀들이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맞이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매일 따 올리는 것들이지만
귀해서 일 년에 몇 번 입에도 못 댄다는
소라와 해삼으로 상도 차렸다.
거기에 고향 제주도에서 먹었다는 성게 알 미역국까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들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
깊은 욕지도 바다만 아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4부. 겨울 곳간

 

 

전국 굴의 70%가 통영에서 생산된다.
파도가 잔잔한 통영 앞바다는 굴 양식의 최적지.
덕분에 통영 바다 어디를 가나
부표들이 오와 열을 맞춰 줄지어 있는 굴 양식장과 만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동장군과 함께 찾아온 굴 수확 철.
이맘때 박신장에서는 하루 12시간 쉴 틈 없이
어머니들의 굴 까는 작업이 진행된다.
굴을 잘 까서 ‘교장 선생님’이라 불리는 어머니부터
굴 까기 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어머니까지
굴에 관해선 달인들만 모여 있다는 박신장.
겨울 바다가 내어주는 풍요로움 속으로 들어가 보자.

5부. 욕지도에 고등어가 있소.

 

 

남해에서 가장 일찍 근대어업이 시작된 곳, 욕지도.
예부터 고등어, 멸치가 노다지로 떠밀러 오던 욕지도는
말 그대로 황금 어장이었다.
욕지도 토박이 어부 강영민 씨는
스무 살 무렵부터 고등어잡이 배를 탔다.
그 시절, 욕지도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고등어를 풍선에 싣고
고등어 파시에 가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그.
하지만 1960년대 중반 고등어가 고갈되면서
파시도 사라지고 욕지도에 고등어 배도 사라졌다.
이제 욕지도는
고등어를 잡아 올리던 섬에서 키우는 섬이 됐다.
덕분에 전국에 있는 고등어 활어 대부분은
욕지도 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성질이 급해 사람 손이 닿기만 해도 죽는 고등어를 살리기 위해
저마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욕지도 어부들.
해안가 자부마을엔
아직도 잡아온 고등어를 염장해 보관했던 ‘간독’이 남아있다.
바닥을 파서 만든 간독은 그 깊이만 해도 3미터.
고등어로 울고 웃었던 욕지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