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전봉화 나는 자연인이다 전봉화 장어구이
검푸른 빛의 물살을 가르며 배를 타고 20여 분. 제작진이 당도한 곳은 오래전 육지였으나 주변 지역이 수몰되어 섬 아닌 섬이 돼버린 곳. 바로 이곳에 20년 동안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가 있다.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는 이제는 수명이 다 되어 주파수도 잘 잡히지 않는 라디오 하나.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그가 사는 오래된 흙집에는 6.25 때 포격 당한 자국도 아직 선명히 남아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세월의 때가 묻지 않은 이곳. 이곳에 홀로 살고 있는 이는 자연인 전봉화(75) 씨다.
고립된 땅에 혼자 20여 년을 버텨내기란 무료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하루가 너무 바삐 흘러간다고 말한다. 음식을 구할 길이 없으니 밭에서 나는 채소로 자급자족은 기본, 빈 깡통에 낚싯줄을 매어 지렁이를 미끼로 물고기도 곧잘 잡아먹는다. 요새는 장어가 많이 잡히는데, 낚싯줄에 힘센 장어가 올라오자 눈이 휘둥그레지는 개그맨 승윤과는 달리 유난떨지 말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자연인. 자연 속에 어우러지는 법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문명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자연인에게 제작팀이 가지고 온 촬영 장비들은 신기하기만 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신기한 물건을 처음 보는 것 마냥 자신의 가슴팍에 달린 마이크며,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는 자연인. 낼모레면 팔순인 할배의 나이지만 마음만은 아직 순수한 소년이다.
“나는 시끄러운 도시의 소리가 싫어. 차 기름 냄새도 맡기 힘들고”
세상과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이곳은 한때 마을을 이루던 곳이었다. 작지만 학교도 있었고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던 곳이다. 하지만 외진 곳에서의 삶은 불편했다. 학교도 폐교가 되고 마을 사람들도 거의 다 이곳을 떠나가는 상황. 결국 자연인도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가족과 함께 도시로 나갔다. 하지만 도시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평생 흙과 풀을 만지며 물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에게, 도시는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결국 고물을 주우러 다니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자연인은 다시 이곳에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남들 눈엔 모두가 떠난 황량한 곳이었지만, 그에겐 그만한 삶의 터전이 없었다. 자연은 믿고 기대어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가 주저 없이 이곳에 다시 들어온 이유다.
다시 시작된 자연 속의 삶. 이제 막 떨어진 밤송이를 주워 런닝셔츠에 천연염색을 하는가하면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잡은 물고기의 비늘도 이빨로 단번에 벗겨버린다. 이제는 자연 속 삶에 도가 튼 자연인. 그의 이야기는 오는 1일 밤 9시 50분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