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이렇게 사기 좋지 아니한가 경북 봉화
권도현 이경선 부부 안분지족 조선에서 살아온 남자
경북 봉화의 시골 마을, 고즈넉한 한옥 담 너머로
“공자 왈, 맹자 왈”, 경전 읽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연세 지긋한 한학자가 앉아있을 줄 알았더니 웬걸,
『大學(대학)』을 펴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사람은
서른넷의 권도현 씨와 스물아홉 이경선 씨 부부다.
민속학을 전공한 도현 씨와 한문학을 전공한 경선 씨.
고전번역을 공부하다 만나 서로가 배필임을 알아보고
연애 4개월 만에 결혼식을 치렀다.
삶 속에서 배움을 실천하자는 특별한 혼인 서약을 맺은 두 사람은
시골로 내려와 안분지족의 삶을 살고 있다.
교복에 고무신 신고 학교에 다녔던 도현 씨,
안동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빌라 자취방 대신
작은 시골집을 구해 소를 키우고 나무를 하러 다녔다.
나무해서 불 때고 바느질해서 옷 만드는 아내와
할머니 모시고 사는 것이 도현 씨의 꿈이었다.
처녀 때는 아궁이 구경도 못 해봤다는 도시 여자 경선 씨,
결혼 3년 만에 가마솥에 시래기 삶고 고추장 담그는 시골 아낙이 됐다.
5월에 둘째를 출산하는 임산부의 몸으로
구순의 할머니를 모시고, 세 살 딸 현이를 건사하는 게
힘에 부치지만 내색 없이 모든 걸 척척 해내는 우렁각시다.
왜 그러고 사느냐는 한숨 섞인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타인의 잣대가 아닌 내 기준대로,
우리가 가진 신념대로 살고 싶은 부부.
이렇게 사니 좋지 아니한가!
# 안분지족의 삶을 살다
경상북도 봉화의 작은 시골 마을, 야트막한 담 너머 고즈넉한 한옥 한 채가 보인다. 이 집의 젊은 주인 서른네 살 권도현 씨와 스물아홉 살 이경선 씨 부부다! 남편 도현 씨는 산에서 주워온 나무로 지게를 만들고, 요즘에 팔지도 않는다는 지겟등태를 볏짚을 꼬아 뚝딱 만들어 낸다. 아내 경선 씨는 구순의 시할머니를 봉양하고, 세 살 딸 건사하며 살림하기도 바쁜데 매일 군불까지 땐다.
그 옛날 조선시대 선비들의 안분지족 정신을 본받아
배운 것을 실천하며 전통 방식대로 살고 싶다는 젊은 부부.
요새 보기 드문 젊은이들, 품은 꿈만큼 사는 방식도 남다른데
왜 이렇게 사는 걸까?
# 조선에서 날아온 남자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괴짜’
어린 시절에는 동네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며 상여놀이를 했고
외모에 관심 많을 사춘기 때는 교복에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를 따라 경로당에 가서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는데-
평범하지 않은 도현 씨 때문에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옛 문화가 좋았던 도현 씨,
어린 나이에 한학에도 관심을 가졌고,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도현 씨, 17살 때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부모님을 극진히 모시고 사는 어르신을 보게 됐다.
알고 보니 그분은 이 시대 마지막 선비라고 불리던 권헌조 선생!
그때부터 도현 씨는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선생을 찾아갔고
성인이 돼서는 선생 밑에서 본격적으로 한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나무해서 때고 아내는 바느질해서 옷 만들고 한문 읽으면서 할머니 모시고 사는 게
제 꿈이었어요.”
배움이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도현 씨.
그래서 과감히 시골로 내려왔고 아내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며
꿈에 그리던 삶을 살게 됐다!
# 우렁각시 그 여자
연애 4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린 부부!
입만 열면 영감 같은 말만 쏟아내는 남자에게 경선 씨는 어떤 점이 끌렸던 걸까?
한문학을 전공하고 고전문학 번역가를 꿈꾸던 경선 씨,
고전번역교육원에서 공부를 하다 도현 씨를 만났다.
수업이 끝난 후 함께 간 산책길에서 병신춤을 추는 도현 씨를 보고
경선 씨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가식 없이 순수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남자에게 홀딱 반해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다.
아내 경선 씨 역시 어릴 적부터 풍물과 같은 옛 문화를 좋아했지만
결혼 전까지 아궁이 구경도 못 해 본 도시여자였다.
그런데 이제는 정월만 되면 고추장을 담그고 찬바람이 불면 시래기 내다 걸고
뜨끈한 아랫목에 청국장을 띄우는 시골 아낙이 다 됐다.
요즘 시대에 없을 참한 여자라고 동네에 칭찬이 자자한데-
더욱이 시어머니 모시는 것도 꺼리는 세상에 구순의 시할머니를 모시고 산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한방을 쓰며 자란 도현 씨.
경선 씨는 할머니와 함께 시골에서 사는 것이 꿈이라는 남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구순의 나이에도 바늘에 실을 꿰는 총기 넘치시는 구순의 시할머니 장사숙 씨.
직설적인 어투와 꼬장꼬장한 성격 때문에 경선 씨는 상처받는 일도 많았다.
17개월 된 딸 현이를 키우고, 배 속에는 8개월 된 둘째까지..
만삭의 몸으로 시집살이도 아닌 시할머니 살이, 만만치가 않다.
# 이렇게 사니 좋지 아니한가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배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니라”
툇마루에 누워 팔자 좋게 노래를 부르는 도현 씨,
안분지족의 삶을 살고 싶지만 사실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가 더 많다.
할머니와 아내, 현이 그리고 곧 태어날 둘째까지 곧 다섯 식구의 가장이 되는 도현 씨.
어떻게 하면 살림에 보탬이 될까 고민하며 청국장을 담그고 메주도 쑤면서 애를 쓴다.
우렁각시 아내 경선 씨도 5월 출산 후 직장을 구할 생각이다.
그 덕분에 17개월 된 딸 현이는 어린이집에서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딸을 멀리서 지켜보는 경선 씨,
가슴은 아프지만 남편과 함께 선택한 이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부부에겐 힘을 주는 가족이 있다.
시골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살아보려는 아들 내외에게
시부모님은 노후자금을 털어 한옥을 짓는 데 도움을 주셨다.
시골에서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왜 그렇게 사느냐고
불쌍히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때때로 상처받는 경선 씨.
그럴 때마다 친정엄마는 ‘누가 뭐래도 내 딸, 자랑스럽다’며 어깨를 다독여주신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할 때도 있고
왜 그렇게 사느냐고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느리지만 순리대로 살고 싶은 부부,
담 너머의 현실을 향해 외친다.
이렇게 사니 좋지 아니한가!
그 옛날 조선시대 선비들의 안분지족 정신을 본받아
배운 것을 실천하며 전통 방식대로 살고 싶다는 젊은 부부.
요새 보기 드문 젊은이들, 품은 꿈만큼 사는 방식도 남다른데
왜 이렇게 사는 걸까?
# 조선에서 날아온 남자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괴짜’
어린 시절에는 동네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며 상여놀이를 했고
외모에 관심 많을 사춘기 때는 교복에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를 따라 경로당에 가서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는데-
평범하지 않은 도현 씨 때문에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옛 문화가 좋았던 도현 씨,
어린 나이에 한학에도 관심을 가졌고,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도현 씨, 17살 때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부모님을 극진히 모시고 사는 어르신을 보게 됐다.
알고 보니 그분은 이 시대 마지막 선비라고 불리던 권헌조 선생!
그때부터 도현 씨는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선생을 찾아갔고
성인이 돼서는 선생 밑에서 본격적으로 한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나무해서 때고 아내는 바느질해서 옷 만들고 한문 읽으면서 할머니 모시고 사는 게 제 꿈이었어요.”
배움이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도현 씨.
그래서 과감히 시골로 내려왔고 아내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며
꿈에 그리던 삶을 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