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화가 할아버지 조용준 할아버지 가짜 김인권 진짜 김인권 김영민 이름을 도둑맞은 남자
남의 이름을 훔친 남자 궁금한 이야기Y
# 남의 이름을 훔치는 남자, 그는 왜 ‘가짜’ 김인권이 됐나?
[자신을 도둑맞은 남자]
오늘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도둑맞은 김인권씨에 대한
방송을 한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훔쳐 살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김인권 씨(45).
고용노동부에서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그에게 느닷없이 실업급여를 받으라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하면서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처음엔 뭔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무시해버렸다는 인권 씨. 하지만 얼마 후,
이번엔 경찰서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악몽은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바른생활 사나이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그에게 사기 혐의로 고발이 들어왔으니
경찰서로 출석하라는 것.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경찰서에 불려간 김 씨에게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자신을 고소한 고소인들이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소인들이 사기꾼 김인권의 얼굴이라며 내민 사진 속에는 뜻밖에도 인권 씨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남자는 4년 전 인권 씨의 국수공장에서 일했던 직원 김영민(43)씨였다.
김영님씨는 큰 키에 외모가 준수한 사람이지만 신용불량자에
돈 한 푼 없었다고 한다.
인권 씨는 김영민씨를 불쌍히 생각해 자신의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하고
동생처럼 생각해 휴대전화를 자기명의로 개통시켜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 김영민 씨! 불쌍히 여겨 거둬줬건만,
그는 공장 돈 400만원을 횡령했고 결국 국수공장에서 해고됐다.
그런데 공장을 떠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즈음 인권 씨의 운전면허증도 사라졌는데.
인권 씨의 기억 속에 분실됐다고 생각했던 운전면허증은 바로 그의 손에 있었다.
김영민 씨는 인권 씨의 운전면허증으로 신분을 속이고 주로 이혼한 여성들에게 다가가
결혼을 빌미로 거액의 사기를 치고 다녔던 것이다.
그가 ‘김인권’ 행세를 하며 활보했던 지역은 인천, 가평 등 전국에 걸쳐 있었고 알려진
피해자만 10명, 피해금액은 최소 1억 5천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신을 도와준 은인의 이름을 훔치고, 그의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김영민 씨.
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진짜 김인권 씨는 하던 일도 미루고 ‘가짜 김인권’, 김영민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분실 신고 된 신분증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허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으로 사기를 치고다니는 그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
만에 하나, 김영민 씨가 자신을 도용하여 더욱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우리는 인권 씨와 함께 가짜 김인권의 흔적을 따라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인권 씨의 보험공단에 남겨진 병원 진료 기록에서 김영민 씨가 진료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록을 다수 확인했다.
가장 최근의 진료기록은 서울 강북구 소재의 병원.
그곳에서 김영민 씨가 남긴 휴대전화 번호를 찾아냈는데!
과연 가짜 ‘김인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주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이름을 훔친 도둑을 추적한다.
# 덕수궁 돌담길 위의 화가 할아버지. 그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사랑과 낭만을 상징하는 덕수궁 돌담길. 언제부터인지 그 돌담길을 자신의 그림으로 전시하던 거리의 화가가 나타났다. 정열의 빨간 옷을 입고 나이프로 작업을 하던 노화가의 그림은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거리의 미술관으로 불렸다. 어느새 돌담길의 상징이 된 할아버지의 그림. 그런데, 지난봄부터 돌담길에 계시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그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바로 알아챈 시민들의 궁금증은 인터넷 SNS을 가득 메웠고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오면서 여전히 그 길 위를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사라져버린 할아버지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는데... 과연 5년간 한결 같이 덕수궁 돌담길을 지키던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걸까?
할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거리로 나선 제작진은 학생 기자 시절 첫 인터뷰 대상이었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한 여대생부터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거리 공연에 기꺼이 관객이 되어준 할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우쿨렐레 연주자와 고통스러운 삶의 기로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던 한 여성까지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한 여성이 할아버지에게 꼭,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고 제작진을 찾아왔다. 그녀는 절망 속에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다 우연히 할아버지가 계신 덕수궁 돌담길에 들어왔다고 한다. 작업하던 할아버지가 건너편에 앉아있던 그녀에게 다가와 선뜻, 가장 아끼는 해바라기 그림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그 그림을 통해 받은 위로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 용기를 얻었다며 할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저 돌담길에서 그림을 그리는 줄로만 알았던 할아버지가 시민들에게 선물한 크고 작은 ‘이야기’가 하나 둘 돌담길 위에 쌓여 가는데... 그러나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만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연 돌담길 위에서 사라져 버린 할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돌담길 인근의 한 상인으로부터 할아버지가 덕수궁 돌담길에서 2시간이나 걸리는 양주에서 사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가까스로 찾아간 할아버지 집엔, 안타까운 소식이제작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과연 할아버지에게 덕수궁 돌담길을 작업실이자 놀이터로 삼은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매일 같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그림을 그리던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을까? 이번 주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그림을 그리던 조용준 할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한다.
돌담길 한 나무벤치에 늘 이길을 마주하고 앉은 조용준 할아버지(80·사진). 스스로를 “그림쟁이”라 부르는 화업 60여년의 노 화백이다. 조 화백은 5년째 덕수궁 돌담길로 출근하고 있다. 경기 양주의 집을 나서 전철을 타고 오전 9시쯤이면 돌담길에 자리 잡는다. 그가 첫 번째로 하는 일은 그림들을 시민들이 잘 볼 수 있게 거리 양쪽에 펼쳐놓는 것. 그러곤 늘 그렇듯 벤치에 앉아 이젤을 세우고, 캔버스를 올린 뒤 물감을 꺼낸다.
이어 나이프를 잡고 쓱쓱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밑그림은 없다. 작품 구상은 출근길 전철에서 이뤄진다. 작품 형식은 초상화, 정물화, 구상·추상화를 넘나든다. 시민들의 관심을 잡기 위해 유명 작가의 작품도 모작한다. 그림은 얼마나 팔릴까, 외람되게도 물었다. 하루 평균 한 점 이상은 나간다고 한다. 점심은 아내가 싸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길을 가던 사람들과 말을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오후 5시가 되면 그는 그림들을 거두어 쌓아놓고, 집으로 돌아간다.
조 화백은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었으나 정규 미술교육은 받지 않았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미군부대 앞에 나갔고, 거기서 초상화를 그렸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자식들은 모두 잘 컸고, 그림을 접은 뒤 농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 한 귀퉁이에 늘 아쉬움이 남았다.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보자는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스스로 “놀이터”라 부르는 덕수궁 돌담길이다. 조 화백에게 덕수궁 돌담길은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우는 작업실이지만, 덕분에 시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미술관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