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찬인생 58회 작가 이예선 별이엄마는 시간강사
여자라는 이유로 짓밟힌 인생
이예선 작가가 쓴 “별이엄마는 시간강사” 내용중
딸이란 불행의 이름으로 태어나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에서 교육학박사학위를 취득한 여인이 있다. 평생 투병생활하며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통증장애로 드러눕곤 하지만, 일상적으로 눈뜨면서 잠들기 전까지 감사함으로 기도하며, 삶의 멍에도 지울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한 신앙인으로서 아직도 내일의 꿈을 키우고 평생 자발학습을 실천하며 지자체 등에서 보따리장사가 아닌 거룩한 사명감을 안고 강의한다. 지천명을 넘기고 선교사로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간강사이자 별이엄마인 이예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어린시절 공부말고는 잘하는 게 없었던 그녀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한글을 가르치고 당시 돈 18원을 저금한 또순이였다. 온갖 어려움에도 당시 대구에서 과외선생으로 유명했던 그녀의 꿈은 교사가 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본고사장에 들어가던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어이없게 납치당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학대한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1년여동안 부단히 몸부림친 끝에 입학, 결혼, 시어머니의 폭력, 출산 등 순탄치 않은 생활을 겪었고 서른의 나이에 불현듯 유학길에 오르는 모험을 감행한다. 유학생활중 만난 사람들과의 사랑과 나눔에 잠시 안정감을 찾기도 했지만, 어린시절부터 약골이었던 그녀의 건강은 더욱 악화됐고, 고국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별이마저 떠안은 채 학업을 계속해야 하는 힘겨운 과정을 거쳐 결국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귀국후 한국의 대학현실과 마주하고 또다시 절망한다. 그리고 44세의 나이에 ‘쇼그렌 증후군’과 ‘섬유근육통 증후군’이라는 불치의 병을 확진받은 그녀는 “속이 다 후련했다”라고 말한다. 어린시절부터 꾀명이라고 말하던 탓에 그 억울함을 풀 수 있어서였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그녀는 이제 병도 친구가 되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으로 인해 무엇보다 괴로웠던 것은 원고를 써나가면서 잊었다고 생각한, 중첩돼있던 과거가 하나씩 펼쳐지고 그것을 냉정하게 써야만 했다는 점이다. 글을 쓰면서 과거의 악몽으로 격해진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가해지는 현실의 육체적 고통이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의 ‘생명이 있는 한 사람은 무엇인가 바랄 수 있다’라는 말처럼, 그녀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적지않은 나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의 증거를 남기고 싶은 마음에 원고를 완성한 것이다.
12세의 꿈 많았던 문학소녀가 이제 4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기로에 선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절망을 금지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타인의 고통으로 점철됐던 삶을 엿보는 가학적 관음증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별이엄마는 시간강사’는 온전히 한 개인이 겪은 절박하고 소중했던, 그러나 짓눌리고 상처받은 영혼이 만들어 낸 현실의 분투기이자 이 생이 다가기전 아직 못다부른 희망의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