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다큐3일 한화 이글스 9회말 투아웃 만념꼴찌
9회 말 투아웃
- 한화 이글스 72시간
프로야구 9팀 가운데 최하위 누군가는 이들을 ‘만년 꼴찌’라고 부른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 끝나지 않은 리그
목마른 1승을 갈구하는 독수리 군단의 이야기
9회 말 투아웃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생애 최고의 경기를 꿈꾸는 한화 이글스의 72시간
■ 2014 한화 이글스의 8월은 뜨거웠다
3월 29일에 시작된 2014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약 6개월간의 흥미진진한 대장정을 끝내간다. 프로야구 9개 팀들은 저마다 가을에 시작되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가을 야구는 4강전을 통해 우승을 가리는 최후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최하위 팀은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는 최근 5년간 400번 이상 패배를 하고 4번의 꼴찌를 했다. 심지어 작년 시즌에는 13연패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올 시즌에도 최하위에 처져 있는 한화 이글스. 하지만 그들에게도 전성기가 있었다. 한화 이글스는 1986년 창단해 1999년 우승을 하고 2006년 2위, 2007년 3위를 기록해 온 저력 있는 팀이었다. 그때의 영광을 되살리기라도 하듯 8월 들어 한화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8월 승률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선수들과 팬들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비록 지금까지의 성적은 저조하지만, 생애 최고의 경기를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누군가는 말했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 한화 이글스의 리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치열한 프로의 세계
한화 이글스에는 1군과 2군 선수, 재활 선수를 포함해 약 90여 명 정도 소속되어 있다. 이 중에서 26명만이 그라운드에 올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선수들은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 훈련을 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기회를 기다린다. 프로야구의 세계가 치열한 만큼 선수들은 저마다 고민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주전에서 2군으로 내려가 라커 룸을 비워줘야 하기도 하고, 부상의 여파로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한다. 이 모든 사연들에도 불구하고 운동선수는 경기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냉정하고 혹독한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선수라는 게 상당히 냉정한 직업이죠. 하루아침에 2군으로 떨어지고. 막상 이 안에 오면 상당히 치열하죠. 예를 들어서 우리 지금 프로야구 선수들 보면 1년에 졸업하는 학생이 한 7백에서 8백 명이 되거든요. 그중에서 각 팀에 8명에서 9명이 스카우트되는데, 그러면 9개 팀에 90명도 안 되거든요 스타 플레이어가 된다는 건 사실 공부하는 사람으로 치면 하버드 가는 정도 되는 거죠. - 강석천 코치_ 48세
제가 할 수 있는 투구,
그냥 후회 없이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어요
- 정대훈_30세
■ 간절함과 기다림으로 승부하라
야구 경기에서는 모두가 긴장감을 가지고 기다린다. 특히 야구에서는 1군을 향한 2군 선수들이, 선발 투수를 이을 불펜 투수들까지 자신의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언제 불릴지 모르는 기다림을 이기면서 항상 최상의 몸과 컨디션을 만들고 매일 똑같은 훈련과 운동을 반복하며 피땀 어린 노력을 하고 있다. 관중석 아래 불펜 대기실에는 마운드 하나를 두고 여러 명의 중간 계투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대기실에 모여 초조하게 경기 진행을 지켜보는 선수들. 언제 올지 모를 자신의 차례를 위해 항상 긴장하며 준비를 한다.
2009년, 교통사고로 인해 선수 생활을 접을 뻔한 정대훈 선수는 힘든 재활치료와 입대를 마치고 1군에 복귀했을 땐 3년이 지났을 때였다. 긴 공백기를 보낸 정대훈 선수가 부상을 극복하게 한 힘은 야구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마침내 촬영 마지막 날 그는 고대하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 꼴찌에게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
보통 성적이 좋으면 관중이 늘고 성적이 나쁘면 관중이 줄어드는 프로야구. 하지만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역시 최하위 성적임에도 오히려 관중이 늘고 있다. 꼴찌에게는 박수조차 인색한 요즘 시대에 팬들은 왜 핏대를 세워가며 한화 팀을 응원하는 것일까? 팔뚝에 독수리 문신을 할 정도로 한화의 골수팬인 김경준씨는 사업에 실패하며 힘든 시기를 보낼 때에도 야구장을 찾았다. 그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한화를 응원하고 야구장을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쓰러지고 넘어져도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지원군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 또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야구장에서. 오늘도 한화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응원의 함성을 지른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자기 인생의 힘든 시기가 어떤 사람이든 누구나 있잖습니까? 야구가 사람 인생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야구장을 찾곤 해요.
오면 지든 이기든 간에 내가 확 트인 곳에서
마음껏 응원도 하고 그렇게 지금 살아왔습니다
-김경준_54세
한화 선수단은 지난달 25일 광주 KIA전부터 28일 대전 넥센전까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3일’ 촬영팀과 72시간을 함께 했다. 최근 5년 간 4번이나 최하위에 그친 한화는 올시즌 역시 지난 6월15일 이후 9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초라한 성적을 이어왔지만 이와는 별개로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 화제가 되면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팀으로 낙점 받았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한화가 25일 KIA전 승리를 시작으로 홈에서 열린 NC와의 2연전까지 내리 3연승을 내달린 것. 첫 날부터 앨버스가 완봉승을 따내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드러낸 한화는 3일 차에 송광민이 만루포를 쏘아 올리는 등 카메라가 돌아가는 내내 ‘최하위의 대반격’을 알리는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촬영을 마치지 말고 ‘다큐 30일’, ‘다큐 3달’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우스갯소리로 나왔다.
문제는 72시간이 모두 끝나고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철수한 28일 경기에서 한화가 넥센에 4-10으로 패하며 3연승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당시 넥센전에 앞서 촬영팀과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했던 김응용 감독은 “원래 나는 인터뷰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괜히 했나보다”는 농담과 함께 껄껄 웃었다.
한화는 이후 한 차례 더 신기한 경험을 했다. 4, 5일 삼성전에서 이틀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2연패에 빠진 가운데 6, 7일 LG와의 홈경기를 다시 한 번 쓸어 담으며 분위기를 전환한 것.
당초 프로그램에는 한화가 패하는 모습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팀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를 목청껏 외치는 소위 ‘보살팬’들을 조명하고, 이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 선수단 및 구단의 매력이 담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이 기간 한화의 맞상대 팀들은 모두 상대전적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던 KIA, NC, 넥센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한화가 25일 KIA전 승리를 시작으로 홈에서 열린 NC와의 2연전까지 내리 3연승을 내달린 것. 첫 날부터 앨버스가 완봉승을 따내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드러낸 한화는 3일 차에 송광민이 만루포를 쏘아 올리는 등 카메라가 돌아가는 내내 ‘최하위의 대반격’을 알리는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촬영을 마치지 말고 ‘다큐 30일’, ‘다큐 3달’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우스갯소리로 나왔다.문제는 72시간이 모두 끝나고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철수한 28일 경기에서 한화가 넥센에 4-10으로 패하며 3연승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당시 넥센전에 앞서 촬영팀과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했던 김응용 감독은 “원래 나는 인터뷰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괜히 했나보다”는 농담과 함께 껄껄 웃었다.
한화는 이후 한 차례 더 신기한 경험을 했다. 4, 5일 삼성전에서 이틀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2연패에 빠진 가운데 6, 7일 LG와의 홈경기를 다시 한 번 쓸어 담으며 분위기를 전환한 것.
이번에는 6일 시구자로 나선 전 프로게이머이자 방송인 홍진호가 한화에 신기한 행운을 선사했다. 홍진호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2위와 유난히 깊은 인연을 맺었다. 때문에 ‘숫자 2’는 그를 상징하는 또 다른 표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다큐 3일’ 촬영이 끝나자마자 3연승을 마친 것처럼 한화는 홍진호가 남기고 떠난 ‘2의 가호’를 3경기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9일 목동 넥센전에서 8-13으로 완패를 당하며 8위 KIA와의 승차도 다시 1.5경기까지 벌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