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행 얼음치기 홍천 개야리 평창 백운리 성황제 전통썰매 홍천 옥수수엿 올챙이국수
겨울 강원도
태백산맥이 가로지르는 한반도의 대표적인 산악 지형, 강원도.
혹한에 맞서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은
매서운 바람이 불고 산과 강, 땅이 얼기 시작하면
오히려 봄바람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강원도의 겨울은 한 해의 끝임과 동시에 시작을 알리는 계절.
평창강에서 고기를 쫓는 어르신들은 얼음 치기를 하며 동심에 빠지고
설산에서 보물을 캐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 해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흰 눈이 소복이 내리는 어느 날 산골 마을에 웃음꽃이 번지면
아흔 아홉 구비 대관령의 눈꽃은 더욱 시리도록 아름답고
어머니의 부뚜막은 더욱 뜨겁게 달궈지는 곳.
겨울에도 여전히 움트는 생명의 땅, 강원도로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1부 반갑다 추위야
농업을 주업으로 살아가는 농사꾼에게 겨울은 휴식의 계절.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얼음 치기를 하러
떡메와 작살을 들고 평창강으로 향한다.
얼음 치기는 기온이 영하 15℃ 이하로 갑자기 떨어져
수정 얼음이 얼 때만 가능한 강원도의 겨울 전통 어법.
헤엄치는 물고기를 망치질로 쫓아 지치게 한 후,
순식간에 얼음을 깨고 작살로 고기를 잡는 신명나는 놀이.
쉰 살이 넘었어도 얼음 치기 앞에선 코흘리개 적 시절로 돌아가
추위를 반기는 동심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홍천 개야리의 어르신들은 추위가 찾아오면
삽을 하나씩 들고 삼삼오오 모여 논으로 향한다.
언 땅에서 겨울잠을 자는 미꾸라지를 낚기 위해서다.
따뜻한 지하수가 나와 유난히 미꾸라지들이 많이 숨어있다는 논두렁 웅덩이.
흥겨운 삽질 몇 번에 순식간에 소쿠리로 하나 가득 미꾸라지들이 걸려든다.
미꾸라지로 끓여내는 추어탕은 겨울철 몸을 보하는 건강식.
한바탕 마을잔치를 펼치며 한 해를 기분좋게 여는 개야리 주민들에게
겨울은 더 이상 추운 계절이 아니다.
2부 설산의 보물
겨울이 오면 본격적으로 분주해지는 황태덕장.
산간 지방에 자리한 인제 용대리와 평창 횡계리는
적당한 바람과 함께 밤에는 기온이 무조건 영하로 떨어지고,
낮에는 영상 1~2℃씨를 유지해 동태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질 좋은 황태로 거듭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사람과 하늘이 함께 만든다는 황태.
눈이 내리면 눈 속에 파묻힌 낙태를 줍고,
하늘을 향해 입이 잘 벌어졌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사람들.
벌린 입으로 눈이 들어가면 육질은 수분을 머금어
더욱 더 쫄깃한 강원도의 명품 황태로 탄생한다.
눈 내린 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보드랍다.
35년 째 그 산에 기대어 사는 심마니, 청학 씨 부부.
그들이 캘 보물은 참나무의 기생 목 겨우살이다.
10m도 넘는 곳에 서식하는 겨우살이 채취를 위해
원숭이도 울고갈만한 나무 타기 신공을 보여주는 청학 씨.
금슬 좋은 부부가 산에서 캐낸 보물은 비단 겨우살이뿐만이 아니다.
참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뿌리로 물을 내린다.
이맘 철에만 허락되는 참나무 벌목.
때문에 숯 공장에선 한 해 동안 쓸 재목을 지금 모두 마련한다.
겨울철에 벌목한 참나무로 구운 참숯은 부서지지 않아 최상품으로 취급받는다.
도자기를 굽는 장인의 정신으로 오늘도 참숯을 굽는 이래근 씨.
그에게는 정성껏 구운 참숯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보석이다.
3부 눈의 나라는 따뜻했네
평창 백운리 마을에 소복이 쌓이는 눈.
눈송이보다 더 반가운 건 마을의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 성황제다.
매년 정월, 손 없는 날을 골라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사람들.
남자들이 성황당에 금줄을 칠 때 아낙들은 떡이며 나물 반찬을 준비하며
흥겹고 분주한 풍경을 자아낸다.
마을을 지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신에게 예를 갖춰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는 백운리 사람들.
올해도 무사히 성황제를 지낸 후,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설원을 달리는 산골마을 소식꾼 허남흥 씨에게도 눈의 나라는 따뜻한 곳.
올해로 26년째 홍천 창촌 우체국에서 근무 중인 허남흥 씨는
17개의 오지 마을을 누비며 오늘도 따뜻한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하다.
군대 간 아들에게서 날라 온 편지 한 통에 함박웃음이 피어나는 김미화 씨,
주름진 얼굴로 아들처럼 반겨주는 강규선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가
눈 녹일 듯 따뜻하다.
허남흥 씨의 오토바이가 마지막으로 닿은 집은
을수골에 사는 전광서 할아버지, 이복순 할머니 부부.
51년째 함께 살아가는 이들 부부는
겨울이면 소발구를 이용해 나무를 해오고,
닭들과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화로에 노릇노릇 구워가는 감자보다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노부부.
자연과 동물들을 벗 삼아 살아가는 그 곳에서는
오늘도 따뜻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4부 대관령에서 보내 온 눈꽃엽서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잇는 아흔 아홉 구비의 대관령.
순백의 눈꽃 물결 일렁이는 대관령은 겨울 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대관령 눈꽃산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대관령 옛길과
대관령에서 선자령 능선을 잇는 풍차길을 걸어보자.
그곳엔 먼 옛날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떠낫던 선비의 희망이,
괴나리봇짐 짊어지고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떠났던 상인들의 애환,
그리고 지금은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떠나온 산행객들의 즐거움이 녹아있다.
눈꽃 엽서를 받고 대관령으로 초대된 이기호씨 일행은
그곳에서 별빛 흐르는 밤과 눈부신 아침햇살을 맞이한다.
대관령 면 황병산 자락의 눈꽃마을에는
지금의 옛 전통이 흘러간 엽서처럼 남아있다.
눈이 유독 많이 오는 지형 탓에 설피를 신고, 전통썰매를 탔던 어르신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썰매를 즐기는 베테랑들을 만난다.
그리고 눈 오는 날 즐겼다는 사냥놀이에 대한 옛 추억을 함께 한다.
평창 진부면에는 허스키들과 사랑에 빠진 김태영 씨가 있다.
겨울이 오면 허스키들과 설원을 누비며 썰매를 타는 김태영 씨.
오늘도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눈꽃 엽서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장식한다.
5부 부뚜막이 뜨거웠던 이유
시골집의 뜨거웠던 부뚜막이 생각나는 계절, 겨울.
부뚜막에서 한 평생을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홍천 군업리에 전통방식으로 옥수수엿을 만들고 있는 전양례씨.
전남 영광에서 시집 와 46년째 옥수수엿을 만들며
하루도 부뚜막을 떠날 날이 없었다는 그녀.
그녀에게 부뚜막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함께 부뚜막에서 엿을 고았던 자식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어머니.
솥 안에서 끓는 옥수수엿은 가족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직 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새벽,
이금춘, 정기선 씨 부부의 부뚜막이 뜨겁게 달궈졌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늘 함께 새벽 부뚜막을 지키며
올챙이국수를 만들 온 부부.
이들 부부의 부뚜막에는 자식들을 키워내기 위해 평생을 쏟았던 땀방울과
헛되지 않은 뜨거웠던 청춘이 담겨있다.
평창 미탄면에는 산골로 시집온 며느리들의 한 많은 세월이
부뚜막과 함께 노래가 되어 흐르고 있다.
고단했던 시집살이를 담은 평창 아라리.
한 번 고개를 넘어 시집오면 다시 그 고개를 넘을 수 없었기에
그녀들의 시집살이 노래 속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힘들었던 시절이 뜨겁게 녹아있다
출처-EB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