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영덕 블루로드 상주 감나무길 청산도 구들장 논
우포늪 영덕
가을길
가을이 왔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는 계절이다.
단풍으로 물든 산골과 은빛 억새 넘실거리는 들길을 지나
가을 바다의 청량함까지 맛볼 수 있는 여행.
가을이면 생각나는 그 길을 따라 걸어본다.
1부. 영덕 블루로드 (11월 3일 저녁 9시 30분)
이름마저도 시원한 영덕 블루로드.
대게공원에서 출발하여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64.6km의 해안 도보길이다.
지금 블루로드는 가을 바다의 청량함과
특별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창포마을 박기현 선장은 고향인 영덕으로 돌아와
어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태풍 때문에 조업에 나서지 못한 그가 경매장을 찾은 이유는
바로 오징어 때문이다.
가을철 블루로드에는 오징어 덕장이 길을 잇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진다.
오징어 할복 작업은 베테랑 어머니들 몫이다.
할복된 오징어는 블루로드 길을 따라 주렁주렁 매달린다.
박기현 씨 부부의 오징어도 이 행렬에 동참한다.
계절마다 주인공을 달리하는 블루로드.
겨울 블루로드를 장식할 주인공은 청어 과메기다.
영덕 바다에서는 청어잡이가 한창이다.
어부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준호, 최준영 형제가 뭉쳤다.
거친 풍랑에 맞서 바다에 나선 형제.
청어는 끊임없이 배 위로 올라온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담고 있는
영덕의 바다로 떠나본다.
2부. 감나무 길 따라 (11월 4일 저녁 9시 30분)
가을이면 찾아오는 빨간 단풍.
상주에는 그보다 더 고운 주홍빛이 만발이다.
상주는 예부터 쌀과 누에, 곶감이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렀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곶감.
구마이마을은 상주에서 유명한 곶감 마을이다.
산에도, 골목에도, 마당에도 감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상주의 감은 감이 둥글다 하여 ‘둥시’라 부른다.
감나무를 아들 키우듯이 키운다는 박동민 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6년째 감 농사를 짓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온 감 따는 날, 여섯 형제가 한 집에 모였다.
감 수확이 한창인 가을에는 마을 전체가 북적북적하다.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감물로 천을 곱게 염색해 간직하는 부부가 있다.
권성민 씨가 상주에 자리 잡은 건 6년 전,
고향이 그립고 시골이 좋아서였다.
직접 딴 감으로 즙을 내 염색을 하면 가을빛을 담은
부부의 커플 스카프가 완성된다.
가지각색의 색으로 물든 천은 마당에 널리고
그들만의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은
가을 햇살과 바람에 달콤하게 익어가고 있다.
일 년 동안 이 계절만을 기다려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나무 길 따라 펼쳐진다.
3부. 청산도에 살어리랏다 (11월 5일 저녁 9시 30분)
전남 완도항에서 19.2km 떨어진 곳에 있는 청산도.
신선도 살았다 하여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불리던 섬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예부터 청산 여수라 했다.
가을을 맞이한 청산도에 코스모스가 만개하고
청산도의 가을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청산도의 바다는 섬사람들에게 기꺼이 곳간이 되어준다.
13년 전 청산도에 들어온 조영경 씨 부부.
남편인 조영경 씨가 어장에서 멸치를 잡아 오면
멸치 삶는 건 아내의 몫이다.
삶아서 건져낸 멸치 사이 오징어는 막내딸 아영이의 간식.
바다의 순수함을 닮은 아영이에게 청산도는 놀이터가 되어준다.
섬마을의 옛 정취를 간직한 상서마을에는
태풍과 해풍을 이겨낸 돌담과
고무신 던져 돌담의 줄 엮던 어린 시절 추억이 남아 있다.
돌담길 따라 걷다 보면 돌로 둑을 쌓아 만든 구들장 논을 만난다.
구들장 논은 산비탈에 돌을 쌓아 평평하게 만든 뒤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논으로 청산도만의 보물이다.
척박한 땅을 일군 옛사람들의 땀과 지혜가 그대로 담겨있다.
청산도 토박이 박근호 씨는 구들장 논 벼 수확이 한창이다.
세월도 쉬었다가는 섬, 청산도.
계절마다 빛을 달리하는 청산도의 가을 풍경을 만나러 가본다.
4부. 우포늪 사람들 (11월 6일 저녁 9시 30분)
가을이 되면 더 빛나는 고장, 창녕.
화왕산에는 억새가 나부끼고 우포늪은 가을 색이 깊어간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늪지인 우포늪은 생명의 보고로 불리며
람사르협약에 의해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우포늪 품에 자리 잡은 소목 마을.
이 마을 몇 사람에게만 허락된 장대 나룻배로
30년 넘게 고기를 잡아 온 노기열 할아버지.
우포늪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주영학 씨.
그에게 우포늪은 집이나 다름없다.
우포늪 청소부터 안내까지 우포늪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포늪을 춤으로 해설하는 노용호 연구관.
우포늪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우포늪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가 추는 춤은 이름 하야 ‘생태춤’으로 동작도 50여 개가 넘는다.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수많은 사진작가가 그 곁을 지킨다.
우포늪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5부. 산길 너머엔 행복 (11월 7일 저녁 9시 30분)
영덕의 참모습은 바다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계절이 깊어가며 여물어가는 산골 이야기.
구불구불 산길 따라 삶은 이어져간다.
산을 찾아 영덕에 자리 잡은 약초꾼 신종환 씨.
1년 365일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른다.
산도라지, 마, 지치까지...
산의 향기를 품은 약초들이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뿌리내리고 있다.
14년에 걸쳐 그가 산에서 배운 것은 바로 남에게 베푸는 삶이었다.
산길을 오르는 그의 얼굴이 밝다.
속곡마을에 사는 86세 신병진 할아버지에게는
70년 동안 한결같이 걸어온 길이 있다.
깊은 산골 마을에서 장터까지 이어지는 70리의 길이다.
장날이면 어김없이 길을 나서는 할아버지가
오늘은 특별히 할머니 심부름에 나섰다.
세월이 흘러 그 길의 모습은 변했지만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억은 계속될 것이다.
변함없이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따라가 본다.
출처- EB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