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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인택배 다큐3일 아버지의 황혼 지하철노인 택배원

지하철 노인택배 다큐3일 아버지의 황혼 지하철노인 택배원

 

아버지황혼

 

지하철 노인택배 72시간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병든 몸만큼이나 서러운 것은

설 곳을 잃어가는 자신의 존재가 아닐까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소박한 기쁨을 찾은

지하철 노인 택배원들의 3일을 소개합니다.

 

 

전직 교수에서 슈퍼마켓 주인까지

서울을 한 바퀴 순환하는 2호선과 인천·수원을 오가는 1호선이 만나는 곳, 신도림역.

하루 평균 50만 명이 오가는 이곳에, 작은 가방을 메고, 휴대 전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뭔가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다. 주름진 얼굴의 이들은 지하철 노인 택배원.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무임승차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며 배달을 한다. 출장길에 두고 온 여권에서부터, 꽃바구니, 공장부품, 그리고 값비싼 보석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배송한다.

전직 대학교수, 공기업 간부, 목수, 슈퍼마켓 주인 등 젊은 시절 서로 다른 일을 했지만, 지금은 총 연장 985km 에 달하는 수도권 전철 노선을 누비며, 하루 평균 2만 보를 걷는 고된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다, 은퇴 후 빈 둥지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 아버지. 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는 지하철 노인 택배원들의 발걸음을 따라간 3일이다.

 

 

주문전화 많이 오면 기분 좋아요. 날 알아주는 거니까.

일자리가 없어 쩔쩔 매는 사람도 있는데 날 이렇게 찾아주니까 행복해요.

행복이라는 것이 큰 것이 아니고,

조그만 행복도 내가 만족하면 행복이죠.’

- 김성표 (80) -

 

 생애 마지막 직업

3개월 차 초보 배송원 박건차 할아버지(80)는 등 뒤의 목적지를 두고도 한참을 길을 헤맨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길을 묻고, 고객에게 전화해 위치를 물어가며 겨우 그날의 첫 배달을 완수한다.

반면, 경력 5년차의 이형열 할아버지(76)는 신입 때의 좌충우돌했던 경험을 거름삼아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견했다. ‘지하철 출구 350m 앞 골목에서 좌회전!’업체로부터 배송해야 할 곳을 문자로 전달받고 자신의 보폭을 기준으로 거리를 잰다. 한 걸음에 80cm. 437보를 걸어 정확한 위치의 골목을 찾아 들어간다.

그러나 신입이든 노련한 경력자든 밥 한 끼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 시간에 쫓기는 노인 배송원들은 승강장 구석이나 전철 안에서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운다.

지하철 택배 일이 고생스럽지만 이를 고집하는 노인들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내 손으로 돈을 번다는 자부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기쁨이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손주들이 시험 봐서 7,80점이면 5천원, 100점이면 만원씩 용돈 줘요.

                                             손주들 용돈주고 싶어서 그런 공약 내걸었죠.

그거 주는 재미에 이렇게 용돈 벌이 하러 나와요.’

- 이형렬 (76) -

 

아버지로 산다는 것

올해 여든 살의 김성표 할아버지는 본인 몸의 두 배가 되는 지게를 등에 메고, 지하철을 종횡무진한다.

노인택배 업체가 늘어나면서일감잡기가 만만치 않지만, 김성표 할아버지에게는 걱정이 없다. 업체에 소속돼 있을 때의 성실함 덕분에 거래처들을 많이 확보했고, 지금은 독립해 활동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지각, 결근 한 번 없이 40년 동안 재단사 일을 해 온 김성표 할아버지. 일을 하고 싶고,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역에서 물러나는 상실감을 겪어야 했던 할아버지는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내가 벌어서 돈은 모으고, 내가 벌어서 쓰고,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을 한다는 것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아버지의 몫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성표 할아버지는 대한민국 최고령의 지하철 택배원으로 남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 목표다.

12녀의 자녀를 둔 여든 살의 노익장, 김성표 할아버지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 나도 한다 이거지.

아침에 나가면 기분이 좋아.

나도 일 나간다, 그런 것이 있어요.’

- 김명해 (80) -

 

 

 

출처- KB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