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누들로드 메밀꿩칼국수 순대국수 옥돔국수 성게국수 고기국수 한국인의 밥상 171회
국수 왔수다 - 제주도 누들로드
척박한 화산섬의 땅, 제주
잡곡 문화에 뿌리 내린
제주도 국수의 맛
사시사철 자연이 빚어 내는
제주도 국수를 만나다
■ 로드의 시작, 제주 메밀꿩칼국수
화산토로 이루어진 제주도는 벼농사가 불가능해 잡곡이 주로 재배되는 잡곡문화권이다. 중산간에 위치한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마을은 잡곡 중에서도 메밀을 많이 재배했던 곳이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제주도의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수확한 메밀을 맷돌에 갈면 고운 가루와 거친 가루(는쟁이)가 나오는데 는쟁이와 고구마를 범벅해 주식으로 먹었다.
고운 가루는 장에 내다 팔거나 귀한 손님이 오면 그 가루를 반죽해 메밀꿩칼국수를 대접했다. 와흘리로 시집와 인연을 맺은 강순홍 박순배 할머니의 맷돌 가는 민요 한 자락과 제주도 국수에는 어떤 기억이 담겨 있을까
■ 제주도 똥돼지, 고기국수로 다시 태어나다
제주도에서 잔치 음식은 모자반과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끓인 몸국이 대표적이다. 경조사 때 몸국마저 마련하지 못하면 돼지뼈 우린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푸짐하게 대접했던 것이 고기국수의 시작이었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는 매달 두 번씩 마을 어르신들께 국수를 대접하는 날이 있다. 이날은 장수 사진을 찍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마을 회관을 방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마을에는 어김없이 큰 솥이 걸리고 돼지고기 수육을 삶는다. 고기국수의 원형은 돼지고기 육수에 수육 석 점을 올려 대접하는 상가리의 고기국수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돼지고기를 삶은 뽀얀 육수에 면을 말아 편육을 올린 국수가 고기국수다. 일본 라멘 육수에 비해 훨씬 담백한 편이다. 이때 면은 소면보다 굵은 중면을 쓴다.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있는 편육은 얇게 썰어 올리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요즘은 술이 얼큰해진 술꾼들이 밤늦게 마지막으로 들러 한잔 더 하는 집이 고기국숫집이라 한다.
■ 국수 전성시대 - 국수공장이 들어서다
제주도에 마른 국수가 처음 들어온 때는 일제강점기였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원조물자로 밀가루가 들어오면서부터 제주도에 국수 공장이 많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시장인 동문시장 안에는 65년 역사를 가진 국수 공장이 있다. 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온 국수 공장은 가족들이 함께 운영 중이다. 공장에서 뽑는 면은 소면이 아닌 중면이다. 제주도 마른 국수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송정훈 씨가 뽑아내는 국수는 어떤 모습인지 만나본다.
■ 순대국수, 부두 노동자의 허기진 배를 채우다
1970년대 혼분식장려운동이 일어나면서 제주도에도 밀가루가 보급 되었다. 국수는 배고픈 시절 배를 불려주던 고마운 식재료였다. 제주시 일도동 동문시장에서 시어머니로부터 이어온 손맛 그대로 직접 순대를 만드시는 진순복 씨. 진순복 씨는 순대국수 끓이던 배고픈 시절 이야기가 저절로 나온다. 순대국밥에 밥과 국수를 넣어 양을 불린 순대국수는 고된 일로 허기진 부두 노동자들의 배를 채워주었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면이 굵어 우동국수라고도 불리는, 이제는 사라진 이 순대국수의 맛은 어떨까
■ 옥돔국수를 아십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탔던 서귀포시 성산읍의 조영남 씨는 잡어를 넣어 끓인 생선국수를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는 고기 자체가 딱딱해 오래 끓여야 하는 다금바리, 붉바리로 생선국수의 뽀얀 육수를 냈다. 제주도에서는 옥돔만을 생선이라 말하고 그 외의 생선은 잡어로 불린다. 당일바리로 옥돔을 잡아와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신 생선국수의 맛을 재현해 본다.
http://blog.naver.com/thedragon1/150185141809
음식 솜씨가 좋은 아내 김영선 씨는 남편 기억 속의 생선국수를 처음 끓여본다. 귀해서 제주도 제사상에 오르는 옥돔으로 육수를 낸 옥돔국수의 맛을 들어본다.
■ 해녀의 고달픈 삶에 녹아있는 성게국수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해녀회는 요즘 한창 성게 채취로 바쁘다. 감귤농사에 무 세척 아르바이트, 물질까지 이곳 해녀들의 바쁜 삶 속에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국수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밥상이다. 옛날 불턱을 신식으로 만들어 놓은 해녀 탈의장에서는 돌아가며 당번을 정해 다 함께 먹을 점심 준비를 한다
. 물질을 나가기 전 굵은 중면을 삶아 채에 건져 놓으면 준비가 끝난다. 물질하고 돌아온 해녀들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에 몸을 녹이고 다시 잡아온 성게를 까는 작업을 한다. 해녀의 고달픈 삶에 녹아있는 성게국수의 진한 맛을 찾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