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윤재구 나는 자연인이다 79회
산 사나이의 운명
자연인 윤재구
겨우내 얼었던 강물이 언제 그랬냐는 듯 물결치고, 스치는 바람에 조금씩 온기가 감도는 봄의 길목에서 시작된 <나는 자연인이다>의 일흔 아홉 번째 여정. 강 건너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자연인. 배를 타고 마중 나온다는 말에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때! 배는커녕, 빨간 고무 통을 끌고 거침없이 강가로 뛰어드는 남자, 바로 윤재구(61) 씨다. 가끔 생필품을 사다 나를 때 이용한다는 고무 통, 오늘은 윤택 씨를 실어 나를 배가 된 셈이다. 어쩐지 윤택 씨가 타면 쑥 가라앉거나 뒤집어질 것 같은데… 강 건너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자연인이 강 건너에 집을 짓고 산 지 6년, 그에게는 두 번째 터전이다. 28년 전, 그에게는 갓 돌이 지난 아들과 아내를 두고 강원도 산골짜기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건축업이 잘 돼 남부럽지 않은 나날을 보냈지만 불행은 순식간에 찾아오고야 말았다. 밤마다 다리가 마비가 되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피부가 새카맣게 될 정도로 악화된 건강. 병원을 수 십 곳을 다녀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다리 신경에 문제가 있는데 수술을 한다고 해도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러다 지나치게 된 강원도의 어느 산. 그 산을 지날 때마다 이유 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자연인. 누군가가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영문도 모른 채 아픈 다리를 끌고 산에 오르게 된다. 그렇게 산중생활은 시작됐지만 아프고 서럽고 가족이 그리워 혼자 눈물을 훔친 날도 많았다. 40여일 쯤 지났을까. 갑자기 벌떡 일어나 산을 누빌 수 있게 됐다는데… 기적과도 같은 일, 그는 병이 낫게 된 게 산신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아픈 다리는 말끔하게 나았고, 그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자연의 품에서 산을 곧 신이라 여기며 34년 째 산사나이로 살고 있다.
조금은 남다른 그의 산중생활. 여러 종류의 나뭇잎들이 한데 섞인 곳에서 창출 잎을 단번에 찾아내는가 하면, 산 도라지와 황기까지. 게다가 장작을 패다가 섞은 나무 틈에서 발견한 애벌레는 자연인에겐 고단백질 주전부리란다. 또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차려 먹는다는데… 살코기도 아닌 돼지껍데기를 넣어 끓인 찌개를 즐겨 먹고, 잉어와 닭을 잡아 용봉탕을 해 먹기로 한다. 직접 만들어 놓은 연못에서 잉어를 잡느라 한 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 그제야 닭을 못 잡는다고 털어놓는 자연인. 잉어 잡이가 헛수고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 과연 용봉탕을 맛 볼 수 있을까.
건강을 되찾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산을 떠날 수 없었다. 자연은 기적을 안겨줬기에 생명의 은인과도 같다는데… 그만의 낙원에서 봄을 맞이하는 윤재구 씨의 이야기는 오는 3월 12일 수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