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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김진구 나는 자연인이다 107회 김진구

자연인 김진구 나는 자연인이다 107회 김진구

 

 

 

산 사나이의 순정
자연인 김진구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나선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107번 째 여정. 해발 450미터에서 집 한 채를 발견했지만 어쩐 일인지 인기척이 없는데… 잘못 찾아온 건가 싶어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빨간 색 망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나타난 김진구(70) 씨. 곧바로 뒷걸음질 치고 마는 윤택 씨와는 달리 사나운 벌떼 속에서 여유롭게 꿀을 얻는 그는 산에서 보낸 세월이 열여덟 해나 된다고 한다. 이젠 자연의 모든 것을 벗할 수 있을 만큼 산사람이 된 그. 하고 많은 곳 중 왜 깊은 산골짜기를 택했을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욕심내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삶을 바랐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로 영원히 혼자가 되고 말았다는데… 두 번 다시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가슴에 묻고 살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픈 기억.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삼형제를 낳고 키우느라 밤낮으로 일을 하며 아등바등 살던 그에게 갑자기 불행이 닥쳤다. 한밤중에 일을 하러 가던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 것.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을 땐 이미 아내는 세상을 떠난 뒤… 마지막 인사조차도 나눌 수가 없었다. 아내를 잃고 세상이 싫어진 그는 차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기를 3년. 그러던 어느 날,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인적이 드문 곳에 가 살기로 결심한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쉽게 아물지 않던 상처, 집안에만 있으면 울적해져 잠 잘 때를 제외하곤 집밖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자연인.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딴 생각을 하지 않고,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데… 얼마나 일을 했는지 거칠 대로 거칠어진 그의 손. 아내의 빈자리를 채울 순 없지만 자연이 곁에 있어 외롭지 아니하고, 이젠 신선놀음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얻게 됐단다. 어디 마음의 여유뿐이랴. 부지런을 떨면 얻는 것도 많아지는 산중생활. 처음엔 인상을 찌푸리지만 먹다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되는 말벌 애벌레 구이와 머루는 그가 좋아하는 주전부리. 또 날이 쌀쌀해지면 자주 해 먹는다는 호박잎을 감싸 안은 옥수수감자떡과 꿀을 듬뿍 넣은 팥죽은 아내와 함께 식당을 할 때 어깨 넘어 배워둔 것인데, 어쩌면 그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달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라디오에서 슬픈 이야기만 나와도 눈물을 흘리는 남자, 그가 아픔을 딛고 웃음을 되찾기까지. 김진구 씨의 이야기는 오는 9월 24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