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낭만 산골 살이
자연인 조금석
햇볕에 바람까지 한층 무르익은 10월의 가을날,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109번째 자연인을 찾아 청명한 기운이 감도는 산속으로 향했다.
어느 골짜기 끝, 집이라 할 만한 건 보이지 않고 대신 웬 군용 버스만이 자리하고 있는데... 30여 년은 더 됐을 낡은 버스가 산골에 멈춰 선 지도 5년. 그 버스와 함께 산을 찾은 남자! 109번째 주인공, 버스에 사는 자연인 조금석(56) 씨다.
남들과 똑같은 건 싫어 컨테이너 집 대신 버스를 들여 놓았다는 자연인. 그는 버스가 아닌 바퀴가 달린 집에 살 뿐이라고 말한다. 독특한 겉모양만큼 그 내부도 신기한 건 마찬가지. 버스 앞문은 현관문이 되었고, 버스 의자는 소파로 둔갑했다. 버스의 특징은 살리되 생활하기에는 불편할 것 없이 갖은 살림살이로 채워 놓았는데, 예쁜 찻잔들로 가득 찬 찬장과 샹들리에 등 다소 버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상당하다.
워낙 꾸미고 가꾸는 걸 좋아한다는 자연인은 버스 내부뿐 아니라 정원 역시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크고 작은 수많은 항아리에 곳곳에 심어 둔 예쁜 꽃들, 그리고 그곳을 더욱 빛나게 하는 다양한 장식품들까지.
자연인은 아내에게 약속한 ‘비밀의 정원’을 만들어 가는 중이란다. 사실 이곳은 8년 전, 당뇨로 고생하던 아내에게 선물한 땅이라는데... 아내가 아닌 그가 이곳에 살게 된 데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노래방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지난날. 하지만 밤늦게 출근하고 날이 밝으면 퇴근하는 밤낮이 바뀐 삶은 고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았지만 일을 볼 수 없었고, 그 길로 병원을 찾은 자연인에게 의사는 ‘암’이라 했다. 방광암 2기 진단을 받고 수술한 그에게 의사는 요양원에 들어가길 권했다. 그렇지만 틀에 박힌 삶을 싫어했던 자연인은 건강을 되찾고자 산속으로 향했다. 비록 아내에게 선물한 땅이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이었다
산골생활 5년째. 이제 그는 아팠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매일 아침이면 산책하며 산의 정기를 받고, 밭의 풀을 뽑고 흙을 만지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암을 치료하고 있기에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이곳에선 걱정할 게 없단다. 산에서 난 복분자와 돌배로 효소를 담가 먹는가 하면 각종 약재를 우린 물로 수육을 즐기고, 능이를 넣은 볶음밥까지! 풍성한 먹을거리에 그의 감성 또한 더욱 풍부해졌다는데, 산골에 울려 퍼지는 팝송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여유롭게 차 마시는 시간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아픈 몸을 이끌고 찾은 산속에서 오히려 지난날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연인. 자연과 호흡하며 진정 그 삶을 즐길 줄 아는 그의 낭만적인 산골 생활은 오는 10월 8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