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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나는 자연인이다 자연인 김진동

나는 자연인이다 자연인 김진동

 

 

산 사나이, 강산에 안기다

 자연인 김진동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12월의 겨울 산. 눈부신 그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잠시, 살을 에는 듯 불어대는 칼바람에 현실은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산길을 걸어 크고 작은 고개를 넘길 1시간여. 2Km에 달하는 산길 끝, 또 다른 역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꽁꽁 언 강물이다. 날이 풀리는 봄이 올 때까지 자연인의 집으로 가는 길은 이 얼음 바닥을 건너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조심조심 한 발짝씩 디뎌 도착한 곳, 그 산골짜기에 사는 단 한 사람, 121번째 자연인 김진동(57)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전기도 물도 없는 단연 오지 중의 오지. 쓰러질 듯 허름한 움막 안을 밝히는 건 서너 개의

 촛불뿐이다. 물 한잔 마시자면 집에서 200미터 떨어진 옹달샘으로 향해야 하는 건 물론, 쌀을 씻으려면 도끼로 꽁꽁 언 강물을 깨야만 한다. 길어온 물은 1시간 만에 다시 얼기 일쑤. 얼핏 보기에도 불편한 생활이지만 19년째 산속에 사는 자연인의 얼굴에선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냉장고가 없는 그곳에선 영하 20도에 가까운 추위가 오히려 고맙다는 자연인. 세상 사람 사는 게 어찌 다 똑같을 수 있느냐는 그는 조금은 불편해도 시끄러운 꼴, 더러운 꼴 보지 않는 이 고요한 산속이 좋다고 말한다.

 

 


지금 사는 곳의 건넛마을에서 태어난 자연인. 그는 9남매 중 여덟째로 부모 형제의 귀여움을 받으며 자랄 법도 했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집안일에 관심이 없었고, 1년에 두세 번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그가 아홉 살 되던 해, 어머니마저 병으로 돌아가시자 그의 생활은 더욱 막막하기만 했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일이 급급했던 어린 자연인은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하고 형님들을 따라 서울로 향했다. 공사 현장에서 막일을 하고, 손수레에 화장지를 싣고 골목을 누비며 팔기도 했다. 그야말로 안 해본 일 없어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자연인. 나이가 들수록 그의 생활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고, 어느새 아들딸을 둔 든든한 가장이 되었다. 하지만 먹고살 만하니 어려웠던 지난날은 금세 잊혀갔다. 허구한 날 술 마시는 재미에 빠져 카드빚을 지게 됐고 그가 명의를 빌려준 처남의 사업은 부도가 나 그 모든 빚을 떠안아야 했다. 게다가 아내와의 생각지 못한 이혼까지... 지금껏 독종이란 소리를 들으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세월이 허망하기만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운 채 고향인 산골로 향하기로 마음먹은 것.

 

 


고요한 밤, 전깃불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얼었던 강물에 금이 가는 소리는 그를 더없이 즐겁게 한다. 지나가는 두꺼비와 울어대는 새, 반짝이는 반딧불이 있어 외롭지 않은 산골 생활. 내년 봄, 날아올 벌을 위해 벌통을 준비하고, 자라날 나무를 생각해 잡목을 베며 조금씩 낙원을 가꿔 나가는 자연인. 그의 겨울에선 결코 마음 시린 추위 따윈 찾아볼 수가 없다. 산이 있고 강이 있어 행복하다는 자연인.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그의 산골 살이는 올해 마지막 날, 12월 31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출처-MB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