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손근배 자연인 손근배
청춘을 되찾은 순수총각
자연인 손근배
녹지 않은 채 쌓인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의 산중. 하얀 입김을 흩날리며 산길을 걷던 그때, 잎도 져버린 앙상한 덤불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강아지 한 마리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강아지를 따라 향한 산 깊은 그곳에서 추위도 잊은 채 땅을 파고 있는 한 남자, 125번째 자연인 손근배(52)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땅속이고, 나무 위에고 온 산을 뒤덮은 칡을 캐고 있었다는 자연인. 산이 깔끔해질 뿐만 아니라 구수한 칡차도 즐길 수 있으니 겨울이면 매일같이 하는 중요한 일이란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시원스런 웃음까지, 호감 가는 외모에 넉넉한 인심까지 겸비한 산골 노총각! 자연인은 목마를 제작진을 생각해 높은 나무에 단숨에 올라가 감을 따는가 하면 겨우내 먹을 말린 나물도 서슴없이 건넨다. 그뿐만 아니라 허약한(?) 개그맨 윤택을 위해 지치를 찾아 해가 진 산속도 망설임 없이 돌아다니는데...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익숙하고, 욕심이라곤 부려본 적 없는 자연인. 그의 착한 심성은 어릴 때부터 줄곧 한결같았다.
열일곱 살, 공부에는 취미가 없어 책가방 대신 벽돌을 어깨에 이기 시작했다는 자연인. 그때쯤 아버지의 사업도 사정이 좋지 않아 그는 공사장 막일을 밤낮으로 더 열심히 했다. 학교에 다니는 형과 누나, 그리고 동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래의 친구들이 하나둘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도 그는 부럽지 않았다. 그의 형과 누나도 친구들 못지않게 좋은 곳에서 일하니 그걸로 만족했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떨치지 못했던 어느 날, 우연히 한 달간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덜컥 합격하게 되는데... 누구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는 출근을 앞두고 별안간 발길을 돌렸다. 호기심에 시험에 응시했을 뿐, 그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가 향한 곳은 또다시 공사장, 그는 그 일을 천직이라 여겼다. 그 뒤 전국 방방곡곡 막일을 하며 안 다녀본 곳이 없다는 손근배 씨.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몸은 힘든 막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직 가족과 일을 위해 내달렸던 30여 년의 세월, 아픈 몸은 그 긴 시간을 뒤로하고 그가 홀연히 산속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별안간 산중 생활을 자처하며 들어와 산 지도 어언 6년. 덤불에 뒤덮여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던 폐가는 자연인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 근사한 집으로 재탄생했다. 섀시 창문으로 만든 방문부터, 나무 벽에 꼼꼼히 덧칠한 황토, 그리고 별빛 아래에서 목욕재계할 수 있는 마당의 샤워실까지. 마당이 산이고, 산이 곧 마당인 그곳에서 배고프면 손 뻗어 마를 캐 먹고, 심심하면 산에 올라 산 당귀와 밤버섯을 캐는 그의 일상. 또, 밤이면 산골에 흐르는 그의 피아노 연주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125번째 자연인!
그는 말한다. 인생에 있어 단 한 번 욕심 낸 일은 자신을 위해 산속에 들어온 것뿐이라고...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하며 산골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청년 손근배 씨, 그의 이야기는 오는 28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