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갯장어 한국인의 밥상 갯장어 경남 고성군 두포리 포교마을 포교항 갯장어무쌈말이 갯장어물회 취나물갯장어죽
펄떡이는 바다의 힘을 먹는다 - 고성 갯장어
경상도 바닷 사나이의 뚝심으로 잡는다!
갯장어로 들썩이는 여름 바다!
남해에서 맛보는 귀한 맛
■ 갯장어, 마을 어르신들을 보하다
퇴적층이 발달한 경상남도 고성군은 납작돌을 흔히 볼 수 있다. 뒷 산에 돌을 주워다가 돌담을 쌓았다는 학동마을 돌담길은 납작한 돌에 진흙을 켜켜이 쌓아 올린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담장이 있는 곳이다. 마을 돌담길을 따라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어르신들을 위한 나무 그늘 휴식 터가 있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갯장어가 잡히는 여름이면 추어탕처럼 갯장어탕을 끓여 마을 어르신들께 대접한다. 학동마을은 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내륙에 위치하고 있지만 수산물 경매장이 있는 임포항과 가까워 여러 수산물이 마을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때 들어온 생선 중 길쭉하게 생긴 생선을 장어라 하였고 탕을 끓여 먹고 몸을 보했다는 그 맛은 어떨까.
■ 자란만 앞바다가 꿈틀거린다
조용한 여름 바다가 갯장어로 들썩인다. 개의 이빨을 닮았다 하여 갯장어로 불리는 낯선 그 이름. 까다로운 손질법 때문에 갯장어는 100여 년 동안 일본 수출 길에만 올랐던 귀한 바다 생선이다. 경상남도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의 사람들은 대를 이어 갯장어를 잡아오고 있다. 35년째 갯장어를 잡아온 구상회 씨는 아버지와 함께 배 위에서 먹던 방앗잎이 들어간 갯장어통탕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남해에서만 잡히는 갯장어 중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고성 자란만의 갯장어는 회로 먹는 식감이 일품이다. 잔가시가 많은 갯장어의 손질법을 익혀 만든 갯장어 회무침으로 군인들을 놀라게 했던 사연을 들어본다.
■ 갯장어 무역사와 함께한 포교항의 사람들
경상남도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포교마을은 남해의 갯장어가 모였던 곳이다. 일본의 갯장어 무역선이 포교항에 닿으면 잔잔한 바다 속에 그물을 치고 수족관을 만들어 며칠씩 모아둔 갯장어를 꺼내 무게를 달아 싣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주낙바늘 손질로 갯장어 잡이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아지매들이 있었다. 갯장어는 주낙으로만 잡을 수 있는 영리한 생선이다. 의심이 많아 두 번 세 번 먹이를 확인하고서야 미끼를 무는 갯장어를 속이기 위해 주낙은 필수적이다. 반평생 주낙 바늘을 고르며 살고 있는 포교항 할머니들의 귀한 갯장어 밥상은 ‘갯장어찜’이다. 귀한 생선이었기에 상품가치가 없던 죽은 갯장어로만 찜을 해먹었던 사연을 들어본다.
■ 음식으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열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일면 춘암리에는 고성군의 바다 풍광에 반해 4년 전 정착한 향토요리사 여희주 씨의 사연이 담긴 밥상이 있다. 마음 열기 힘들다는 경상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여희주씨가 음식에 담아 나누는 넉넉한 마음 덕분이었다. 고성에 와서야 갯장어를 알게 되고 접한 여희주 씨는 까다로운 식재료일수록 쉽게 요리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기한 맛을 마을 분들께 선보인다. 음식을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연 여희주 씨의 손맛으로 차린 갯장어무쌈말이와 갯장어물회 취나물갯장어죽의 맛은 어떨까.
■ 경상도의 힘
전라도의 여름 보양식이 민어라면 경상도는 갯장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갯장어 잡이의 역사가 깊은 고성 사람들은 갯장어를 요리해 먹는 지혜도 남다르다. 4대째 갯장어를 잡아온 이재득 씨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갯장어를 오랫동안 잡아오다보니 갯장어를 손질하는 법을 연구하고, 갯장어 요리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 중 갯장어 곰탕은 어머니께 배운 보양식이다. 갯장어는 머리에서 뼈까지 버릴 것이 없는 귀한 생선이다. 육지의 뱀처럼 겨울잠을 자는 갯장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영양분을 몸에 저장한다. 이때 잡히는 갯장어는 ‘갯장어곰탕’을 끓여 드시고 더위에 허약해진 몸의 기운을 북돋았다고 한다. 고성 사람들만 아는 지혜가 담긴 갯장어 특미를 찾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