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자연인 김현기 나는 자연인이다 김현기 산 사나이의 희망사항
wisdoma21
2014. 11. 20. 17:38
자연인 김현기 나는 자연인이다 김현기
산 사나이의 희망사항
산 사나이의 희망사항
자연인 김현기
뭘 쫓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칼을 들고 거침없이 산을 누비고, 말려놓은 지네에 양념장을 발라 구워먹는 남자. 그가 산에서 다섯 번째 가을을 나고 있는 자연인 김현기(50) 씨다. 행동 하나부터 먹는 것까지 어쩐지 예사롭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도시에서 평탄한 삶을 살았었다. 하지만 한 순간에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져 마음의 병을 얻고, 방황을 했다는데…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에 담아두고 있었던 일, 5년 전으로 거슬러 가본다.
젊은 시절, 그는 일에 중독돼있었다. 당시에 인기 있었던 TV 광고는 그의 손을 거쳐 갔고 평균 수면 시간 세 시간, 일을 하지 않으면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단다. 연애를 한다거나,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모든 걸 제쳐두고 오로지 일, 일이 전부였다. 피곤함도 잊은 채 쉼 없이 달렸고, 그만큼 일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랬던 그가 다신 일을 하지 말자 결심하고, 몸서리치며 도시를 떠나게 되는데… 18년 동안 몸담아 일했던 회사는 매출 감소로 인해 감원을 해야 했고 그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져 하루 출근을 하지 않았더니, 다음 날 그는 해고를 당했다.
차갑다 못해 모질게 버려졌고 배신감은 물론이거니와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으며 세상이 싫어지기까지 했다. 돈 몇 천원을 들고 무작정 집을 나와 찾아간 곳은 인적 드문 산골짜기. 술에 취해 잠드는 날이 많았고 급기야 기억을 잃고 쓰러지는 날도 있었다. 몸과 마음이 망가진 채 3년을 폐인처럼 살다, 문득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다시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
2년 사이, 그는 많이 달라졌다. 찬바람이 부는 날에도 옷을 훌렁 벗고 산을 돌아다니고 얼마 전 태어난 강아지들 덕에 절로 아빠 미소를 짓는 김현기 씨. 사회에 있을 땐 일에 집중하느 라 굶는 일이 잦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기다보니 음식 만드는 재미도 알아가는 중이란다. 지겹도록 마신 커피 대신 막걸리에 더덕을 넣어 갈면 카푸치노 못지않은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고, 직접 키운 표고버섯을 넣어 밥을 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돼지감자 수프까지. 180도 달라진 그의 삶이지만 한 가지 그대로인 게 있단다. 그때나 지금이나 짝이 없다는 것. 살면서 후회하는 일들이 없으면 좋으련만, 그가 단 한 가지 후회하는 게 있다면 결혼을 하지 못 한 것이란다. 이제라도 가정을 꾸려 행복을 채우고, 부모님에게 못다 한 효를 하고 싶다는데… 한때 화가를 꿈꿨던 그가 오랜만에 붓을 들었다. 그는 새하얀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까? 산골 노총각의 희망사항을 담은 이야기는 오는 11월 19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