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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이기남 할머니 91세 백발의 천하장사 이기남 공주 사기장골 이기남 백발청춘 할머니 이기남

wisdoma21 2014. 9. 15. 00:17

인간극장 이기남 할머니 91세 백발의 천하장사 이기남 공주 사기장골 이기남

백발청춘 이기남 할머니

 

백발의 청춘

 

 

16살, 짐 보따리 하나 들고 철모른 채 시집왔던 어린 기남.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 흘러~
소녀는 어느덧 아흔한 번째 가을을 맞이했다.

그런데 기남 할머니, 마음도 체력도, 아직 이팔청춘이다?!

장정도 힘들게 옮기는 고추 포대를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가 하면,
미친 듯 날뛰는 황소도 ‘워어-’ 손길 한 번에 절로 얌전하게 만드는
베테랑 농사꾼! ‘백발의 천하장사’가 바로 이기남 할머니다!

 

 

그런 할머니의 곁을 지켜온 건,
어느새 허리가 굽어 버린 착한 맏며느리 명숙(68) 씨와
할머니 눈에는 아직도 어린 듯한 순박한 맏아들 무일(70) 씨다.

공주 첩첩 산골, 인적조차 드문 산골에서 보낸 지난 75년...
돌이켜 보면 아득하고, 그 모진 세월을 어찌 지났을까 싶지만..
올망졸망하던 8남매는 장성해 번듯한 가정을 이뤘고,
모두가 탈 없이 건강하니 더 바랄 게 없다는 할머니!

“사느라고, 사랑할 시간도 없었네.”
남은 세월, 이제는 사랑만 주고 싶은 백발의 청춘!
아흔한 살 기남 할머니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 사기장골 천하장사 이.기.남(91)!


충청남도 공주, 읍내에서도 차로 한 시간을 가는 첩첩산중 오지마을.
145cm의 자그마한 체구에 생기 넘치는 웃음을 짓는 백발의 소녀.
이기남(91) 할머니가 살고 있다.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16살, 철없이 시집왔던 어린 소녀가 어느덧 91살.
곱디곱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패이고,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렸어도,
벌레 한 마리에도 놀라는 섬세한 감수성에, 손님은 허투루 보내지 않는 고운 마음은
여전히 75년 전 그때, 앳된 새댁 같기만 한데...

“엄니~ 천천히 좀 가세유!”
“할머니, 제가 못 따라가겠어요.”

그런데 기남 할머니! 마음만 아니라 체력도, 이팔청춘 그대로다?!

장정도 끙끙대며 옮기는 고추 포대도 “이리 줘 봐!”, 번쩍 들쳐 메고 옮기는가 하면,
버섯을 따겠다며 길도 없는 험한 산을 다람쥐처럼 종횡무진!
미친 듯 날뛰는 황소도 ‘워어-’ 손길 한 번에 제압하는 카리스마까지 갖췄으니...
웬만한 농사꾼은 명함도 못 내미는 백발의 천하장사가 바로 이기남 할머니다!

# 꼬부랑 며느리와 일흔의 아들


고추 당초보다 매운 게 시집살이라는데,
며느리 명숙(68) 씨는 기남 할머니와 함께 산 44년 동안
그 매운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8남매 맏며느리 자리에 층층시하 시어른들까지, 고생을 각오하고 온 시집이었는데..
언제나 ‘예쁘다, 잘한다’ 귀히 여겨주는 시어머니가 고마워,
5살, 11살 올망졸망한 시누이들까지 딸처럼 길러냈다는 명숙 씨.
지금도 시어머니 식사만큼은 삼시 세끼 새 밥을 지어낸다는 지극정성 맏며느리다.

“허리 아파서 쉬어야 하는데, 내가 일한다고 매번 따라 나와.”

함께해 온 44년 세월, 어느새 인생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된 고부.
그런데 명숙 씨, 몇 년 전부터 무릎이며 허리가 영 성치 않다.
굽은 허리로 낫질을 하는 며느리를 짠한 눈으로 지켜보던 기남 할머니.
며느리에게 자꾸만 “들어가서 쉬어-” 하는데...
고령에도 일하는 시어머니가 안쓰러운 며느리는 낫을 놓고 들어가기가 못내 어렵다.

 

 

“모종에 물을 먼저 주고 심어야지!”
“심고 나서 물 줘도 된다니까요~”

한편, 아들 무일(70) 씨는 유난히 사이좋은 고부 사이에 끼어 늘 한 쪽에 밀려나기 일쑤다.
며느리에겐 언제나 ‘오냐오냐’하는 할머니지만,
무일 씨에겐 “술 그만 먹어라” “옷 갈아입어라” “농사는 이렇게 해라”
스무 살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일흔이 넘어 듣는 잔소리에 지칠 법도 하건만, 그래도 허허 웃어넘기는 무일 씨.
어머니도 어느덧 아흔한 살.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해주는 어머니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란다.

 

 

#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에 가을이 익어가고...

달랑 4가구,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첩첩산중.
서울에 사는 7남매가 번갈아가며 전화를 하고, 틈틈이 찾아와 안부를 묻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들이 그립다.

추석이 다가오고... 8남매가 간만에 고향에 모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온종일 쉴 새 없이 일하던 할머니, 자녀들 맞을 준비에 더욱 부산스러워지는데....

마른고추를 부지런히 손질해, 고춧가루를 빻아 놓는가 하면,
손자가 유독 좋아하는 쫀득쫀득한 가래떡도 한 바구니 가득~
생전 입에 안 대던 고기도 몇 근이나 쌓아 쟁여 놓고,
가마솥에 고슬고슬하게 술밥을 쪄 할머니 표 특제 동동주까지 담가 놓으니
이만하면 배불리 먹이겠다 싶어 절로 마음이 흐뭇해지는 할머니다.

 

 

 

 사느라고, 사랑할 시간도 없었네

추석을 앞두고 할머니와 아들 사형제가 벌초에 나섰다.
먼저 간 남편의 묘소 앞에 선 할머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잘해줄 걸 그랬어.
사느라고, 사랑할 시간도 없었네.”

어느덧 삶보다 죽음에 가까워진 나이.
돌이켜 부끄럼 하나 없는 세월이지만 다만 아쉬운 것은
곁에 있는 이를 좀 더 사랑해 줄걸, 아껴줄 걸 하는 것.

전기도 안 통하는 첩첩 산골, 올망졸망 8남매 먹이려 악착같이 살았던 지난 세월.
살아 내다보니, 자식이 귀여운 줄도, 낭군이 고운 줄도 몰랐단다.

남은 세월, 이제는 후회 없이 사랑만 주고 싶은 할머니.
아흔한 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그녀의 청춘은,
그래서 시작이다.

 

1부 주요 내용 (2014/09/15)

충청남도 공주의 오지 마을 사기장골. 그곳에, 소녀같은 미소를 간직한 백발의 청춘. 이기남(91) 할머니가 살고 있다. 웬만한 장정보다 빠른 걸음걸이, 길도 없는 산을 헤매며 버섯을 따는 민첩함, 145cm의 작은 체구로 온갖 힘쓰는 일은 척척해내는 괴력까지! 겉보기에는 도무지 91세의 어르신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라는데... 그런 할머니 곁을 묵묵히 지켜온 것은 참한 맏며느리 명숙(68) 씨와, 듬직한 맏아들 무일(70) 씨. 특히 지난 해 무릎 수술을 한 후 부쩍 약해진 며느리는 할머니의 아픈 손가락이다. 할머니 보다 더 굽은 허리로 밭일을 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 할머니는 더더욱 일손을 놓기가 어려운데...어느덧 시작된 가을, 한가득 깨를 펼쳐 놓고 깨타작에 박차를 가하는 할머니인데... 잔뜩 찌푸린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