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3일 대리운전 72시간 대리기사 수익 대리기사 집결지 강남 교보타워 포장마차 나균씨 이혜숙씨
다큐3일 대리운전 72시간 대리기사 수익 대리기사 집결지
강남 교보타워 포장마차 나균씨 이혜숙씨
집으로 가는 길
-대리운전 72시간
어둠이 내리면
번지 없는 일터로 출근하는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대리기사’라고 부른다
술 취한 누군가를 대신해 운전대를 잡는 그들
밤을 새워 누군가의 집을 찾아가지만
정작 내 집은 동이 터야 돌아갈 수 있는
그들의 멀고도 먼
집으로 가는 길
대리기사와 함께 한 3일이다.
■주소 없는 일터
서울 한남대교에서 신사역에 이르는 강남 도산대로변. 어둠이 내리고 하루가 마무리되는 즈음이면 대리기사들은 주소 없는 일터로 출근을 한다. 지하철 역, 은행 자동화 창구 등은 추위와 더위를 덜어주는 이들의 아지트. 대리업체를 통해 콜을 소개 받는 이들은 운전요금의 20%를 대리업체에 수수료로 지불한다. 보험료, 콜 프로그램 사용료, 교통비까지 제하면 대리기사가 손에 쥐는 돈은 요금의 약 60% 정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비용이 교통비 뿐이다보니 손님의 차에서 내리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걷고 또 걷는다. 하루 10킬로미터를 걷는 것은 일상. 차도 인적도 끊긴 새벽길을 걷고 달리는 그들의 3일을 담았다.
■강남 한복판에 서는 대리기사들의 야시장
서울의 풍요와 부의 상징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하지만 이곳은 자정을 넘기면 대리기사들의 거리로 변신한다. 초저녁부터 강남에서 경기도 전역으로 흩어졌던 대리기사들이 버스, 택시, 셔틀을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집결지가 바로 이 교보타워 사거리이기 때문이다. 새벽 2-3시면 일대는 신발, 가방, 블루투스 등 대리기사의 필수품을 파는 노점부터 어묵, 떡볶이, 도넛, 국밥 등을 파는 먹거리 포장마차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어묵3개에 천원, 떡볶이 한 접시에 1500원. 전직 대리기사 출신인 포장마차 주인은 가난한 대리기사들의 식사대용이라 값을 올리지 않는다.
■인생엔 대리가 없다
대리업계엔 사업실패나 실직, 퇴직 등 남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저마다 실패의 아픔을 안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매일 저녁 6시 반이면 출근해 하루 목표치 10만원을 채워야 퇴근하는 나균 씨. 의료기구 사업 실패 후 딸의 출산을 계기로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현재는 아픈 딸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나균씨. 아버지라는 이름은 그를 딸을 위해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슈퍼맨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 제 나이 41세입니다. 인생 마라톤에 지금 딱 반을 돌았어요. 어떻게 뛰었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달리다 보니 반을 왔네요. 아직 반이 넘게 남았는데, 먼 미래에는 내가 목표 한 만큼 완주했다는 성취감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뛰며 살아 갈겁니다’
-나균씨(41세)
능숙한 솜씨로 취객의 운전대를 잡는 대리운전 65세의 이혜숙씨. 보기 드문 여성기사다. 낮에는 요양원 도우미로,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그녀. 30여 년 전 11전 12기 끝에 1종 면허를 취득한 그녀는 96년엔 대형면허 시험에 합격하고, 지금은 한식 요리사 자격증까지 도전 중이다. 이렇듯 잠시의 시간도 버리지 않고 알차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대리운전은 또 다른 도전이자 환갑을 지나 생긴 새로운 꿈이다.
적게 벌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걸 좋아해요. 게으르게 쉬고 놀고하는 걸 너무 싫어하니까. 매일 아침 눈뜨면, 너무 건강해서 오늘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_이혜숙(65세) 씨
출처-다큐멘터리 3일 홈페이지
<대리기사 관련기사>
최근 생계 등을 이유로 대리운전을 선택한 대리기사들 사이에서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사거리와 마포구 합정역 사거리, 노원구 상계동 노원역사거리 등은 ‘대리사거리’로 불린다. 워낙 대리기사들이 많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교보타워사거리는 강남역 부근뿐 아니라 역삼이나 선릉 지역 등에서의 호출이 많고, 합정역사거리는 신촌이나 마포 등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편한 장점이 있다. 강북지역에서는 노원역사거리가 대리기사 운집지로 통한다.
11일 오전 1시. 대표적인 대리사거리 중 한 곳인 교보타워사거리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빠르게 ‘대리 콜’을 검색하는 대리기사들로 넘쳐났다. 한눈에도 ‘대리기사’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100명은 훌쩍 넘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 김창식(39) 씨는 6만8000원을 벌었다. 실제 받은 대리비는 5만8000원, 나머지 1만 원은 손님 2명에게 5000원씩 받은 팁이었다.
이 돈이 모두 김 씨 몫은 아니다. 수입 중 20%는 소속 회사에 내야 한다. 한 달 8만5000원의 보험료, 5만 원에 육박하는 대리 콜 애플리케이션 이용료도 내야 한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탓에 교통비 부담이 가장 크다고 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장소나 시간이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기도 하지만, 대부분 합승을 한다. 교통비로 4000원 이상 투자하지 않는 게 대리기사들 세계에서의 철칙이라고 한다. 그나마 ‘대리기사 전용 셔틀버스’로 부담을 줄이고 있다. 주로 어린이집이나 학원 통학차량으로 운행하는 노란색 통학차량들이 대리기사들의 교통편으로 활용되는 것.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 운행 차량이다.
대리기사들은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 셔틀버스 노선과 시간표를 공유하며, 10장 단위 탑승 쿠폰을 판매하는 등 또 다른 교통 수단을 구축해 놓고 있다.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