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갯길 함평만 짓가리 국 청산도 탕 골리수 석화 무안 감태 참숭어 소등섬 개불 장흥 무산 돌김 완도 톳
남도 갯길 함평만 짓가리 국 청산도 탕 골리수 석화 무안 감태
참숭어 소등섬 개불 장흥 무산 돌김 완도 톳
남도 갯길
전라남도 영광에서 시작해 광양까지 이어지는
2500km, 6000리 남도 갯길.
굴곡이 심한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전라남도의 갯벌은
우리나라 갯벌 전체의 44%를 차지하는 드넓은 땅이다.
마을과 마을, 포구와 포구,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남도의 갯길
그 질퍽한 길목에는 겨울에도 풍요가 넘치고
그 곳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갯내 짙은 이야기가 있다.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남쪽 바다,
그 옆으로 굽이굽이 이어진 남도 갯길을 향해 떠난다.
1부 함평만에 기대어
남도 갯길의 출발점은 전라남도 영광,
그곳에서 시작해 함평과 무안이 만나는 곳에 함평만이 있다.
함평만 해안에 발달한 갯벌은 무수한 생명을 길러내고
그 넉넉함에 기대어 사람들이 살아간다.
함평 석창리의 석화는 갯벌에 몸을 묻고 자란다.
석화가 붙어 자라는 바위가 없는 탓이다.
마을 아낙들은 갯벌 바닥을 헤치며 한평생 석화를 캤다.
오가심씨가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석화 캐러 다닌 지도 벌써 50년.
남편의 걱정을 모르지는 않지만
여태 캘 수 있는 석화가 있어 오가심씨는 좋다.
무안군 해제면 창매리의 갯벌,
바닷물이 빠지는 조금 때면 초록색 융단이 드러난다.
물 맑고 티 없는 깨끗한 갯가에서만 자란다는 감태,
양식이 되지 않아 더 귀한
그 감태를 거두며 한 가족이 살아간다.
평생 갯벌을 일터 삼은 어머니에게도,
도시에서 돌아온 아들에게도 넉넉한 무안의 갯벌.
덕분에 김순이씨 가족의 표정은 감태처럼 밝은 초록빛이다.
함평만의 끝자락 무안 도리포에는 숭어가 제 철을 맞았다.
뻘을 먹고 자라 토실하고 맛 좋다는 무안 참숭어.
김관호 어부의 그물에도 숭어가 한가득 들었다.
그물을 들어 올리는 어부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함평만의 넉넉함 덕에 갯가 사람들의 겨울은 풍요롭다.
2부 내동마을 겨울 축제
해남 북일면, 강진만 어귀에 자리한 내동마을,
그곳에 일 년에 딱 한 번 열리는 뱃길이 있다.
마을 앞 소등섬에서만 서식하는 개불을 잡으러 가는 길.
올해는 섣달 둘째 날 자정에 그 길이 열린다.
마을 주민 이 백 명이 삼삼오오 배 위에 오르는 그날은
내동마을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다.
연장이 좋아야 개불도 잘 잡는다!
일 년에 한 번뿐인 그 날을 허투루 맞을 수 없는 마을 사람들,
개불 잡으려 특별히 만든 연장을 수리하는 손길이 바쁘다.
일흔 넘은 신쌍님 어머니에게도 그 날은 중요한 날,
호미와 랜턴을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에도
들뜬 기색이 엿보인다.
드디어 마을 사람들 총 출동!
조용하던 소등섬의 밤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어머니들 호미질 솜씨 제대로 발휘하고
남편은 흙을 퍼 올리고 아내는 골라내며
잡은 개불이 망태마다 한 가득이다.
주먹 만 한 개불을 건져내는 재미에
마을 사람들은 날이 새는 줄도 모른다.
마을 최고령 노부부가 개불잡이에 나선 이유는
객지로 나간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서다.
힘들어도 나눌 수 있는 인심이 있기에
내동마을의 축제는 더욱 흥겹다.
3부 갯가에 사는 효자들
온 동네 먹고 살 길을 내어주는 남도의 갯길,
그 고마운 갯것들이 있어 갯마을 사람들은
여느 자식이 부럽지 않다.
정남진 장흥,
그 중에서도 가장 남쪽 삭금마을에서는
지주식 김이 맏아들 노릇을 한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하루에 두 번 햇빛을 보기에
병해충 없이 건강한 장흥 무산 돌김
맛도 좋기로 소문이 나서
김을 거두는 어부는 힘들어도 신명이 난다.
김 양식 망치던 천덕꾸러기가
완도에서는 효자가 됐다!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아서
미운 사위가 오면 끓여 주었다던 매생이가 그 주인공.
겨울 매생이 덕에 마을 사람들의 한해살이가 넉넉하다.
완도에 이름난 또 하나의 효자는 양식 톳,
우리나라 전체 톳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완도 톳은
시월에 뿌리를 심으면 십이월에 채취할 수 있는 대견한 작물이다.
밥으로, 국으로, 무침으로 요리법도 다양한 팔방미인이니,
완도 사람들에겐 이만큼 예쁜 갯것이 없다
4부 갯내음 한 그릇
갯벌이 길러낸 것들의 맛은
그 땅의 질감과 색깔만큼이나 깊고 진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스며있기에
향미가 더욱 짙은 갯벌의 먹을거리들.
해남 땅끝 마을, 이곳의 안가들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로 전해지는
독특한 국을 끓인다.
쌀을 갈고 불려 섞어 끓이는 짓가리 국.
넘치는 바다 먹을거리에 비해
쌀이 부족했던 어촌의 지혜가 담긴
짓가리 국의 향기를 만나러 간다.
갯길이 품은 맛 따라 멋 따라
발길이 닿은 곳은 슬로시티 청산도.
김미경씨 가족과 함께 슬로길을 걸으며
사시사철 푸르고 젊은 청산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리고 사랑하는 청산도 남자를 따라
멀리 제주에서 시집 온 해녀들의 삶의 자취를 더듬는다.
낯설고 물선 청산도에서
제주 처녀들을 곤혹케 했던 것은
이것 없이는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는 청산도 탕.
탕이지만 국물 없이 되직한 청산도 탕에는
섬마을 사람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5부 보리밭 사잇길로 봄이 오려나
봄은 바닷바람을 타고
남쪽에서부터 천천히 찾아온다.
그리고 해마다 이맘때면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손님들이
그 반가운 얼굴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자리한 전라남도 해남.
그곳의 바닷바람이 길러낸 보리새순이
벌써 그 싱싱한 초록을 자랑한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귀한 간식이 되었다는 보리새순,
이승희씨가 만든 보리순 떡과 무침에서
그리움이 담긴 이른 봄맛을 느껴본다.
청산도의 봄소식은 봄동이 알린다!
가을에 서리 맞고 겨울에 눈비 맞고도
꽃처럼 피어난 청산도 봄배추,
봄동을 수확하는 아낙들의 잰 몸놀림에
봄을 맞이하는 분주함이 배어있다.
뼈를 이롭게 한다는 '골리수'에서 비롯된 고로쇠나무는
봄을 알리는 또 하나의 전령사.
우리나라에서 맨 먼저 고로쇠 약수를 받기 시작한
광양 백운산 자락의 하조마을 사람들은
고로쇠 수액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봄이 오고 있음을 짐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약수를 나눠 마시며
고로쇠 물맛처럼 기분 좋은 새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