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자연인이다 전창재 자연인 전창재 냉장고 난로
나는자연인이다 전창재 자연인 전창재
냉장고 난로
오늘도 어김없이 자연인을 찾기 위해 승윤은 겨울산을 오르는데... 그 때, 어디선가 들리는 닭 울음소리. 그 소리를 따라가자 믿을 수 없게도 그의 눈앞에 나타난 건 편의점 간판이다. 깊은 산중에 편의점이라니? 좀 더 가까이 가려는데 이번엔 난데없는 교회종소리까지... 그렇게 요상한 상황에서 마주한 집 한 채, 그 집의 주인이 바로 126번 째 자연인 전창재 (79)씨다.
그가 산에 아지트를 마련한지도 14년째.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재활용품만으로 지은 자연인의 집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손재주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소나무를 지지대 삼아 공중에 지은 야외정자와 닭장으로 내려가는 미끄럼틀, 멧돼지 퇴치용 교회 종, 냉장고 틀을 개조해 만든 일명 ‘냉장고 난로’, 펼치면 탁자가 되는 붙박이장까지 집안 곳곳에 자연인의 재치가 숨어있다. 팔순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더없이 흥미롭다는 자연인, 그 생각만큼이나 체력도 청춘이다. 집 근처 소나무 꼭대기에 올라 가지를 치는 일, 대형시계를 수리하기 위해 지붕을 오르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라는데... 이렇듯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에너지를 가진 자연인이 산에 들어온 사연은 무엇일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직업 군인으로 부족할 것 없이 지냈던 자연인, 하지만 제대 후, 지인의 권유로 경험이 전혀 없던 미역 판매, 소 판매 사업 등을 하면서 그에게도 순탄치 않은 삶이 다가왔다.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하고 사람만 좋았던 자연인은 성공시켜주겠다는 지인의 말이라면 의심없이 투자금을 내놓았고, 결과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잃은 돈만도 수억에 달했고,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볼 면목조차 없어졌다. 이후 재기를 노리며 건설업에 뛰어들어봤지만 역시 무턱대고 사람을 잘 믿는 천성이 문제였다. 대금도 받지 않고 공사만 해줄 때가 부지기수였고, 공사를 해준 업체가 부도까지 나는 등 악재는 좀처럼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반복되는 실패에 지쳐버린 삶, 자연인은 점점 착하고 베풀기 좋아했던 천성마저 잃어갔고 도시는 정직하고 성실한 것만으로는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 또한 절실히 느꼈다. 더 이상은 상처받지 않으며 살고 싶었다는 자연인, 그런 그가 선택한 곳이 바로 산이었다.
14년간 산에서 보낸 세월, 자연은 상처를 보듬어주었고 사람좋은 웃음도 다시 돌려주었다. 자연인은 이제 산이 주는 위로와 안식을 통해 완전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선 계산하지 않아도 부지런하기만 하면 어떤 실패도 속임수도 없기 때문이다.
팔순에도 언제나 청춘으로 살게 하는 자연에서 누구보다 설레는 하루를 보낸다는
전창재 씨, 그의 이야기가 2월 4일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방송된다.
출처-MBN 홈페이지